대구大, 학생들 행복 키우는 ‘큰 언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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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디자인 등 학생중심 환경… 희망-꿈이 있는 미래 설계 가능
산학협력-사회적 기업가 육성 성과

대구대 학생들이 16일 캠퍼스 내 장애학생 산책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인 대구대의 장애학생 교육환경은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산=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대 학생들이 16일 캠퍼스 내 장애학생 산책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인 대구대의 장애학생 교육환경은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산=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다음 달 8일 열리는 총학생회 출범식은 2만 학우가 학교 발전을 위해 뜻을 모으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겁니다.”

대구대 구준범 총학생회장(24·도시지역계획학과 4년)은 16일 “대학과 재단에 학생을 위해 더 고민해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학생들도 스스로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하겠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교직원들을 초청해 총학생회 출범식이 대학을 위한 구심점을 마련하는 행사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구 씨는 “대학의 목표인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위해 학생들부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학생 행복’ 가치 추구

요즘 대학과 대학생은 취업난 때문에 ‘행복’을 얘기하거나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분위기지만 대구대에는 다른 측면이 있다.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 대학의 목표다. 대구대가 말하는 행복은 진취적이며 개방적으로 꿈을 추구하는 미래형 의미가 강하다.

학생들에게 ‘미래’라는 말은 불안이 아니라 희망과 꿈, 행복으로 다가온다. 전남 구례 출신인 손유경 씨(19·여·초등특수교육과 1년)는 “특수교육 분야는 유명하지만 이렇게 교육환경이 좋은 줄 몰랐다”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으면서 대학생활을 알차게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외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21회 상을 받은 정찬엽 씨(22·산업디자인학과 3년)는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은·동상을 차지했다. 그는 “생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면 개선할 게 많이 보인다”며 “실력을 쌓아가고 당당히 평가받는 과정 자체가 행복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대구대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 203명은 학교생활에서 거의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장애, 비장애 구분을 없애는 세심한 노력과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 행복을 위한 ‘동행(同行)’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이우호 씨(41)는 1급 시각장애를 딛고 특수학교가 아닌 공립중등 임용시험에 합격해 2013년부터 경북여고 영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시각장애 1급인 몽골 유학생 수흐발트 난딩토야 씨(28·여·재활과학대학원)는 “몽골과 한국의 장애인을 위한 전문가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 ‘큰 언덕’ 대구(大邱)의 꿈

대구대는 경북 경산과 대구에 캠퍼스가 있지만 ‘대구’라는 말은 지리적 명칭을 넘어선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960여 명)들도 ‘큰 언덕’이라는 대구의 뜻을 명실상부하게 실천하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삶을 반듯하게 가꾸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확대시키는 큰 인물을 향한 꿈이 ‘대구’의 뜻에 들어 있다. 캠퍼스(280만 m²)도 넓고 아름답다.

‘대구 이름값’에 대한 책임은 동문(12만 명)의 당부에서도 나타난다.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장으로 근무하는 조송래 동문(58)은 부단히 노력하는 성실함을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조 본부장은 “목표를 세우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는 대학생 때나 취업한 후에도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인간적 매력이나 호감이 부족하면 무슨 일을 해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롯데리아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노일식 동문(53)도 같은 뜻을 전했다. 노 대표는 “대학생 때부터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잘 익히는 게 중요하다”며 “함께 일하고 싶은 느낌을 주는 사람은 신뢰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가져야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교육부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전국 최다 지원을 비롯해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및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일·학습병행 훈련센터, 교육부 산학협력 선도대학, 대규모 대학(졸업생 3000명 이상) 중 전국 취업률 10위권 같은 성과는 ‘큰 언덕’을 쌓아가는 구성원들이 노력한 결과다. 이해만 취업처장은 “기업의 인재채용 흐름을 면밀히 살피면서 학생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고급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자들 열정-도전-창의-나눔 실현 뒷바라지” ▼

홍덕률 총장의 ‘행복한 대학’


지난해 9월 25일 열린 대구대 총장 취임식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홍덕률 총장(58·사진)은 2013년 9월 교직원 직선으로 재선됐으나 재단 이사회 사정으로 1년가량 취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 총장은 취임식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까워 취임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가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등 학생자치기구의 ‘항의’를 받았다. 학생들은 “학생행복 선언식과 취임식을 함께 열자”고 제안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방명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경환 경제부총리,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등의 축하 메시지가 수백 통 날아들었다. 학생들은 총장을 헹가래 치며 응원했다.

홍 총장은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대학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다짐한 그날의 뭉클함을 잠시도 잊지 못한다”며 “2만여 재학생이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정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처음 총장에 당선된 후 ‘학생이 행복한 대학’을 선언했다. 학생행복지원단을 설치해 교육과 행정 등 모든 면에서 학생을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홍 총장은 “열정, 도전, 창의, 나눔은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을 구성하는 네 바퀴”라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이를 실천하고 실현하도록 재단과 교직원들이 뒷바라지하는 게 대학의 책무”라고 말했다.

경산=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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