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범죄 수법 갈수록 진화… 관련법 대대적 손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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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수사기관에 자료제출 중단]
검경 “정보제공 의무화 필요”… 정치권도 “감청설비 설치” 목소

이통사들이 수사기관에 가입자의 개인 식별 정보를 더는 제공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자 발단이 된 모호한 관련 법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범행 수법이 다양해지고 수사 환경도 급변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도마에 오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를 고쳐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국회도 동의하고 있다. 현실에선 강제 수사나 다름없으면서도 이 법에 “수사기관이 통신 자료를 요구하면 사업자가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해 마치 이통사에 재량권을 준 것처럼 돼 있어 이통사와 수사기관 양측 모두를 곤란하게 만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옛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 등은 통신 자료도 영장을 통해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영장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은 테러와 납치 등 신속한 수사를 필요로 하는 범죄나 간첩을 잡는 대공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의 요구에 통신사가 따르도록 의무화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논의에 진전이 없다.

이번 기회에 지난해 ‘카카오톡 통신 제한 조치(감청) 영장 거부 논란’을 촉발시켰던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까지 한꺼번에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비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지만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지, 협조하지 않으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다음카카오 측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 7일부터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감청 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게 연 20억 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려야 한다”는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부분의 범죄가 휴대전화를 매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독일은 각각 1994년, 1996년에 사업자의 감청 설비 설치를 의무화한 법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실패한 것도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 미래위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선 관련 법안들을 놓고 “국가에 의한 개인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라는 야당 측 주장과 “수사기관에 대한 다양한 통제 장치를 두면 된다”는 여당 측 반박으로 수년째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IT범죄#정보제공#감청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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