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아이들 행복해지니… 시골학교로 학생들 몰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논산시 채운초교 박상영 교장… 골프 등 방과후 프로-돌봄교실 운영
“아이들 믿고 맡길수 있다” 입소문… 부임 반년만에 학생수 2배로 늘어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 운동장에서 풋살을 즐기는 채운초등학교 학생들. 교정에는 항상 만국기를 내걸어 하루하루가 운동회 날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채운초등학교 제공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 운동장에서 풋살을 즐기는 채운초등학교 학생들. 교정에는 항상 만국기를 내걸어 하루하루가 운동회 날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채운초등학교 제공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까?’

지난해 9월 충남 논산시 채운면의 채운초등학교에 부임한 박상영 교장의 화두였다. 당시 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걱정이었지만 그는 학생 수를 늘리기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목표를 세웠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이 옳았다. 아이들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자 도시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학생 수가 곱절로 늘어 이제 통학버스 부족으로 더이상 학생을 받지 못할 정도다. 지난 6개월 사이 이 학교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 행복해지니 학생이 시골로 몰렸다

1936년 개교한 채운초등학교는 논산읍과 강경읍 사이에 있다. 1970년을 전후해 전교생이 1280명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농촌 인구 감소로 지난해 9월에는 전교생 39명으로 통폐합 상황에 처했다.

학교 측은 아이들이 행복해할 만한 프로그램과 교육 방식으로 학교를 바꿔 나갔다. 아침은 운동으로 열었다. 전교생이 매일 오전 8시 20분부터 9시까지 케이팝을 들으며 선생님과 함께 풋살(미니축구)을 즐겼다. 다져진 체력 덕분에 감기 환자 없는 학교가 됐다. 항상 교정에 만국기를 그물처럼 내걸고 놀이기구도 설치했다. 학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운동회나 소풍 날 같았다.

골프와 승마, 보드, 원어민영어, 벨리댄스, 기타, 드럼, 한국화, 트램펄린, 아나운서교실, 축구 등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은 변화의 백미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면 다른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과목당 3만∼4만 원이 들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3, 4개 과목을 선택해도 큰 부담은 아니었다. 학생들은 록밴드와 오카리나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유감없이 기량을 발휘했다.

담임선생님은 일대일 지도를 통해 아이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등 작은 학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돌봄교실을 만들어 일찍 등교하거나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을 보살폈다.

이제 박 교장이 교정을 지나다 아무 학생이나 붙잡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너, 지금 행복하냐?” “네, 행복합니다.”

○ ‘이주 없는 농촌 전학’ 정책으로 더욱 탄력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학교 울타리 밖으로 흘러 넘쳤다. 지난해 11월 논산시내에 미래인재육성프로그램 운영 사실과 학생 모집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동창회 명의로 내걸자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도심의 과밀학급에서 벗어나 시골의 한적함 속에 질 높은 교육을 원하는 전학생이 늘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달 신학기 기준으로 전교생은 71명으로 늘었다. 1학년은 지난해 9월 6명에서 약 6배인 35명으로 늘어 1991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2개 학급을 회복했다. 병설유치원생도 지난해 13명에서 23명으로 최대 수용 인원을 채웠다.

읍과 동 지역 학생이 이주하지 않고도 면 지역 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내용의 충남도교육청의 학구변경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골학교 러시’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학교 학생 수 감소를 막고 도심학교 과밀 부작용을 해결하려는 이 정책은 강원도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거꾸로 도시로의 전학은 허용하지 않는다. 사립중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를 우려하는 논산시나, 읍세가 열악해 현재로서도 학생 수 유지가 어려운 공주시 유구읍 등은 시행 유보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학구변경안이 예고되면서 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2학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논산읍내 김신희 학부모는 “방과후 프로그램이 너무 좋은 데다 아이를 늦게까지 안전한 학교에 맡겨둘 수 있어 채운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으면 하는데 통학버스 여유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농촌학교도 운영하기에 따라 도시학교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자생력을 갖춘 농촌학교의 활성화를 독려하기 위해 도교육청이 통학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