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는 치매보다 강했다’ 출산한 딸 위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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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는 '치매'보다 강했다. 치매 증상이 있는 60대 노인이 출산한 딸에게 줄 산후조리용 먹을거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뒤 우여곡절 끝에 딸을 만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1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경 부산 서구 아미파출소로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든 채 한 시간째 동네를 서성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근무자들이 현장에 출동해보니 A 씨(68)가 한 병원 앞에서 거의 탈진한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는 보따리를 가슴에 안은 채 "딸이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과 딸이 있는 병원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약 2시간이 지난 뒤 A 씨는 어렵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경찰은 주민센터를 통해 할머니의 신원과 주소지를 알아냈고 동네 이웃에 수소문한 끝에 오후 8시경 경찰과 함께 딸이 입원해 있는 부산 진구의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다. A 씨는 출산한 뒤 회복 중인 딸(40)의 얼굴을 보자마자 챙겨온 큰 보따리를 풀었다. 그 안에는 출산한 딸을 위해 손수 만든 미역국과 나물반찬, 흰밥, 생수병 한 통, 이불 등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었다. A 씨는 딸에게 "어여 무라(어서 먹어라의 경상도 사투리)"를 연발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외출 사실을 몰랐던 딸은 경찰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머니를 안은 채 눈물을 쏟았다.

부산경찰청은 이 사연을 17일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모성애는 무엇보다 강하네요"라는 내용의 훈훈한 댓글을 달았다. 이 글은 페이스북에 노출 건수만 40만8500건, '좋아요'를 클릭한 건 1만8200건에 달했다.

한편 경찰은 치매노인과 관련해 '사전 지문등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조용휘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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