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구간서만 洞空… 시공관리 미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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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 “지하철 공사로 발생” 결론… 서울시, 이르면 25일 결과 발표

《 ‘한순간에 우리 집이 땅속으로 내려앉는다면?’ 이달 들어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서 대형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져 생기는 웅덩이)과 동공(洞空·텅 빈 굴)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싱크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지하차도 아래 생긴 싱크홀 등의 길이를 합하면 총 134.9m에 달한다. 서울시 전문가조사단은 싱크홀 등이 지하철 9호선 공사 탓에 발생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다음 주 초 발표할 예정이다. 》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의 싱크홀과 동공(洞空)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 중인 서울시 전문가 조사단이 지하철 9호선을 공사하는 삼성물산의 미흡한 시공 관리 때문에 싱크홀 등이 발생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르면 25일 이런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단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21일 “삼성물산이 시공한 지하철 9호선 919공구에만 동공이 발생했다”며 “(공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약한 지반의 보강 공사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 등 시공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이 맡은 인근 920공구나 포스코건설이 맡은 921공구도 삼성물산과 같은 ‘실드 공법’을 적용했지만 현재까지는 동공이 발생하지 않았다. 실드 공법은 터널 굴착 방법의 하나로 원통형 강제(鋼製)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조사단은 이번 싱크홀 등이 제2롯데월드 건설이나 노후 상하수도관과는 관계가 먼 것으로 판단했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과 석촌지하차도 사이에 석촌호수가 있어 지하수로 인해 동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석촌호수의 평균 수위는 4.5m로 공사장 지하수위보다 높아 지하차도에 있던 물이 호수로 빠져나가긴 어렵다.

사고 책임을 놓고 서울시와 삼성물산의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실드 공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약지반 보강작업인 ‘수직 그라우팅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공법은 석촌지하차도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야 해 서울시가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는 수평 그라우팅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삼성물산이 수평 그라우팅도 가능하겠다고 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직 그라우팅은 지상에서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특수용액을 주입해 지반을 보강하는 방법이고, 수평 그라우팅은 굴착기에서 직접 지반에 용액을 뿌려 지반 침하를 막는다. 한 건설기술자는 “수평 그라우팅은 지반 보강 효과가 수직 그라우팅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공사 구간에 동공이 발생하지 않았던 롯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수직 그라우팅 방법을 쓰고 있다.

서울시가 다음 주 최종 조사 발표 이후 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을 지는 ‘턴키방식’으로 공사를 수주한 삼성물산 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 측은 “다음 주 서울시의 최종 조사 발표를 보고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 오후 1시 48분 서울 송파구 방이사거리 서남쪽 방향 인도가 침하돼 경찰과 송파구청이 조사 중이다. 구덩이가 발견된 지점은 지하철 9호선 공사장과는 60m가량 떨어져 있고 싱크홀이 발견된 석촌지하차도와는 약 1km 거리다.

황인찬 hic@donga.com·김현지·우경임 기자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싱크홀#지하철 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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