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대처” 구호만… ‘어떻게’를 넣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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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난대응 ‘골든타임 매뉴얼’ 있으나마나
재난별 행동요령 명확히 해둬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재난 대응 매뉴얼에는 골든타임 활용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 학생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고는 이런 초동조치를 소홀히 해서 생긴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7일 입수한 정부의 ‘재난 유형별 주관기관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소방방재청 등 사고주관부처들은 ‘신속 대처하라, 긴급조치를 하라, 피해 확산을 막아라’는 등의 구호성 대책들을 재난 직후 수분 내지 1시간 정도의 골든타임 동안 해야 할 일로 정해두고 있었다.

재난 관련 매뉴얼이라면 당연히 재난 유형별로 골든타임에 누가 구조작업을 총괄하고 군, 소방대, 경찰, 민간 자원봉사자 등이 임무를 어떻게 분담할지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도 이런 규정들이 없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당국이 우왕좌왕하며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황금시간대’를 놓쳐버리는 것은 매뉴얼이 모호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해상사고는 1, 2분에 불과한 항공기 사고나 5분 안팎인 대형 육상교통 사고와 달리 골든타임이 30분가량이나 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인명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취재팀이 우리나라 재난관리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정부부처 간 업무를 분담하고 민관(民官) 공조를 이끌어야 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재난에 대비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해 무조건 아끼기만 하려는 기업 풍토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피해자 가족을 돌보는 사회 안전망이 부실한 것도 문제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전 불감증에 걸린 국민의식도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5대 문제점을 하루 빨리 해결하고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원칙을 무시한 채 안전보다 효율성만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관행과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재난사고 후진국’의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골든타임(golden time) ::

대형사고 등 응급상황에서 생존 및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 이 시간을 넘기면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구조자의 생존율도 급격히 떨어진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박재명 / 신광영 기자
#재난 대응#골든타임#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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