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이현욱 이현욱좋은집연구소 소장·서금순 푸드아트테라피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건축가는 곧 기술과 미술을 아는 영화감독”
고교생이 만난 이현욱 건축가


경기 발곡고 2학년 김현지 양(왼쪽)이 건축가 이현욱 씨에게 “건축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까지 생각 중”이라고 하자, 이 씨는 “정답은 학교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 발곡고 2학년 김현지 양(왼쪽)이 건축가 이현욱 씨에게 “건축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까지 생각 중”이라고 하자, 이 씨는 “정답은 학교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고 조언했다.
이현욱 ‘이현욱좋은집연구소(이집소)’ 소장(43)은 2011년 ‘땅콩집’ 열풍을 일으켰다.

땅콩집은 한 개의 용지 위에 두 채의 집을 나란히 붙여 두 가구가 독립된 공간으로 나눠 쓰는 형태의 주택. 땅콩껍질 안에 땅콩들이 붙어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땅콩집은 토지 매입 및 건축 비용을 두 가구가 나눠 부담하기 때문에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금세 인기를 모았다.

“한때는 외형적으로 화려하고 높은 건물에만 온 관심이 쏠려 있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적은 돈으로 집을 지을까’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이 고민되기 시작했죠. 이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게 ‘땅콩집’이에요.”(이 소장)

이 소장의 아이디어가 인정을 받으면서 고교생들 사이에선 건축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건축가를 꿈꾸는 경기 발곡고 2학년 김현지 양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자칭 실용주의자’ 이 소장을 서울 금천구에 있는 이집소 사무실에서 최근 만났다.
건축가=엔지니어+예술가+심리학자+철학자

“건축가는 한마디로 영화감독이죠.”(이 소장)

건축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김 양의 질문에 이 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영화감독이 글로 된 시나리오를 화면으로 구현해내는 ‘예술가적 마인드’와 촬영기구의 특징 및 작동법을 이해하는 ‘엔지니어의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하듯이, 건축가도 공간을 창조하는 미적 감각과 더불어 토목, 인테리어 등의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건축가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건물을 짓는 사람은 토목기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전기공 등이지만 건축 공사장에 이 모든 사람을 모으고 감독 및 지휘하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다. 머릿속에 떠올린 건물을 짓기 위해 어떤 종류의 기술과 공사가 필요한지 미리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설계도를 그릴 수 없다. 예술적 감각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하는 이유다.

“내가 짓는 건물을 사용할 사람의 생활패턴, 심리도 이해해야 해요. 자신만의 건축 철학도 담아내야 하지요. 그래서 건축가는 문화와 인간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답니다.”(이 소장)
건축가에게 중요한 것? 현장, 그리고 현장!

“건축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이 있나요?”(김 양)

대학 졸업 후 ㈜광장건축사사무소에 입사한 이 소장은 5년간 현장경험을 쌓은 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건축사는 건축물 설계는 물론 공사 인·허가 및 지도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 시험에 응시하려면 5년 이상 건축 실무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 소장은 “건축사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그린 설계도의 공사를 직접 허가해 바로 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이 소장은 무엇보다 ‘경험’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다는 것. 1년씩 공부해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건축사 시험을 단번에 합격한 비결도 한 달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밤새우며 쌓은 현장경험 덕분이었다. 그는 “답은 현장에 있다”면서 “현장에서 지지고 볶고 쓰러져야 건축에 자신의 철학을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가 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건축사무소나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공개채용에 지원하는 것. 요즘엔 많이 사라졌지만 직접 건축가를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해 바로 경험을 쌓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건축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책임감’이 중요해요. 집이 무너지면 사람이 다치니까 그만큼 신중해야 한답니다.”(이 소장)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음식예술 치료? 심리와 상담 공부는 필수”
초등생이 만난 서금순 푸드아트테라피스트


서금순 푸드아트테라피스트(가운데)를 만난 서울강명초 4학년 김예린 양(왼쪽)과 경기 비룡초 4학년 김나형 양.
서금순 푸드아트테라피스트(가운데)를 만난 서울강명초 4학년 김예린 양(왼쪽)과 경기 비룡초 4학년 김나형 양.
초콜릿파이, 사탕, 초콜릿, 젤리, 과자…. 이런 달콤한 간식을 활용해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사람을 ‘푸드아트테라피스트’라고 한다.

푸드아트테라피스트는 ‘푸드(food·음식)’, ‘아트(art·예술)’, ‘테라피스트(therapist·치료사)’가 합쳐진 단어.

푸드아트테라피스트는 어떻게 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치유할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경기 안성시 비룡초 4학년 김나형 양과 서울 강동구 서울강명초 4학년 김예린 양이 최근 푸드아트테라피스트 서금순 씨를 만났다. 서 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푸드아트테라피스트 교육기관인 국제푸드아트테라피협회의 협회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두 어린이는 설탕, 초콜릿, 젤리, 과자 등을 이용해 바닷가를 표현한 작품을 만들며 직접 ‘푸드아트테라피’를 체험했다.
작품 만들며 두려움·스트레스 해소

푸드아트테라피는 음식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음식을 만들면서 스트레스나 무엇인가에 대해 두려워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치료’(미술활동을 하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것)와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음식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그리기에 소질이 없는 일부 어린이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음식을 사용하면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짧은 시간에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지요.”(서 씨)

서 씨는 유치원, 학교, 병원 등을 찾아 학생 혹은 환자들과 함께 즐겁게 음식작품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나쁜 생각들을 부지불식간에 작품에 드러내게 되고, 이를 읽은 서 씨는 그들이 마음의 상처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린 양이 “푸드아트테라피를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라고 묻자 서 씨는 “사람들의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 차는 것을 볼 때”라며 다음과 같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올해 초의 일이었다. 초등 4학년 남학생이 초콜릿 파이와 사탕 등을 재료로 해 무대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서 씨가 “작품 속 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남학생은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씨는 학생에게 “눈을 감고 두려움을 상징하는 물고기를 마음에서 꺼내보라”고 한 뒤 상상 속 물고기와 가상의 대화를 학생이 나누도록 했다. 그러고는 그 두려움의 물고기를 마음에서 멀리 떠나보내도록 했다.

상담이 끝난 뒤 그 학생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며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서 씨는 전했다.
심리학·상담학 공부는 필수

나형 양이 “어떻게 해서 푸드아트테라피스트가 되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서 씨는 원래 상담학을 공부한 청소년 전문 상담가였다. 그러다 6년 전 우연히 푸드아트테라피를 알게 됐다.

그때부터 서 씨는 지금까지 100가지가 넘는 푸드아트테라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 서적을 냈다. 푸드아트테라피스트가 되고 싶다면 푸드아트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따면 도움이 된다고 서 씨는 설명했다.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깊이 공부하면 더욱 좋다.

서 씨는 푸드아트테라피스트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고 자유롭게 상상을 많이 하라”면서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므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필수”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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