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낙산사 550m 떨어진 곳에 LNG 공급시설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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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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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모든 수단 동원 막을것”… 가스公“안전 문제 없어”

다수의 국가지정 문화재가 있는 낙산사 인근인 강원 양양군 강현면 용호리에 액화천연가스(LNG) 정압관리소 설치가 추진돼 지역 주민과 낙산사 측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낙산사와 550m가량 떨어진 용호리 1만4850m²(약 4500평) 터에 정압관리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토지 매입 및 강제 수용을 마쳤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투쟁위원회를 결성하면서 벽에 부닥쳤다.

○ 화마 겪은 낙산사 ‘5km는 떨어져야’

정압관리소 예정 터인 용호리와 전진2리 주민들은 안전성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불산가스 누출 사고 등에서 알 수 있듯 아무리 안전하게 설치해도 100% 보장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정압관리소 터에 인접한 곳에 24시간 대형 불가마 찜질방이 운영되고 있어 가스 누출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물이 맑기로 유명한 설악해수욕장과 낙산사가 인접해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이동근 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59)은 “그동안 마을에 쓰레기 매립장과 레미콘 공장, 군부대 탄약고가 있어도 참고 살았는데 가스 정압시설까지 설치한다니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산불이 옮아 붙어 전소되다시피 했던 낙산사도 정압관리소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규정상 문화재보존구역과의 거리는 500m 이상으로 돼 있지만 대형 화마를 겪었던 낙산사는 이 정도 거리로는 안전을 자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낙산사는 사적 제495호, 명승 제27호로 지정돼 연간 15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 보물 제1362호 건칠관음보살좌상, 보물 제499호 칠층석탑, 보물 제1723호 해수관음 공중사리탑이 있는 문화재의 보고다. 낙산사는 가스공사와 강원도, 양양군에 의견서를 보낼 예정이다.

○ 도시가스 어렵게 유치했는데…

가스공사 측은 정압관리소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압관리소는 정압설비를 이용해 적정 압력으로 수요처에 가스를 공급하는 시설. LNG 주배관에는 정압관리소를 비롯해 긴급 사태 발생시 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내부 가스를 방출하는 차단관리소 및 블록밸브 등이 8km 간격으로 설치된다. 가스공사는 전국 대도시 주변에 정압관리소가 300개 정도 있지만 안전이 문제된 적은 없었다는 것. 또 주민들의 주장을 고려해 대체할 터를 물색했지만 적합한 곳을 찾지 못한 것도 고민이다.

특히 가스공사는 당초 양양지역에는 도시가스 공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가 지역 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 같은 문제가 생기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을 강력히 건의했던 양양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착공해 연내 양양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양양군 관계자는 “주민 요구 사항을 가스공사에 전달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주민의 반대가 심해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21일에도 삼자가 만나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낙산사#정압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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