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대학정책 어떻게 바뀔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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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정책 3가지 대수술 예상… 재정-입시규제 늘리고 구조조정 방식 손본다

새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방향을 ‘무조건 퇴출’에서 ‘지방대의 기능 변화’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부실대로 지정된 한 지방대의 텅 빈 강의실. 동아일보DB
새 정부는 대학 구조개혁 방향을 ‘무조건 퇴출’에서 ‘지방대의 기능 변화’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부실대로 지정된 한 지방대의 텅 빈 강의실. 동아일보DB
《 새 정부에서 대학 관련 정책이 어떻게 바뀔까. 고교생과 학부모는 입시에, 대학생은 등록금에, 대학은 재정 및 구조조정 정책에 각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정책의 기조는 이전 정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초중등에 비해 대학은 상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뒤 밝힌 국정과제 중 대학 관련 부분은 △특성화 및 재정지원 확대 △대입 부담 경감을 위한 전형 간소화 △직업교육 강화 및 전문대 집중 육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과제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부를지 재정, 입시, 구조조정의 3가지 측면에서 알아봤다. 》
● 재정


국정과제를 보면 고등교육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관심을 끈다. 2013년 기준으로 약 14조 원에 이른다. 현재 예산(7조5000억 원)을 2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예산 확보 방안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신설을 요구했다. 현실적으로도 교부금법 제정이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꼽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예산이 이렇게 늘어난다면 상당 부분이 국가장학금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소득 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이 포함됐다. 등록금을 무조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국가장학금 지원을 늘려 실질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지방대와 전문대 지원에도 예산이 많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대는 이명박 정부에서 4년제 대학과 특성화고에 밀려 소외됐다는 불만을 많이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방대와 전문대를 지역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거점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 입시규제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입시전형 단순화를 내걸었다.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는 국민적 관심사다. 구체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입시정책은 5일 국회에서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철학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 후보자는 30년 교육공무원 생활의 대부분을 대학, 그중에서도 입시정책에 몸담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대학 입시를 대교협에 넘긴 조치를 비판했다. 전 국민과 관련된 중대 사안이므로 정부가 직접 조정해야 옳다는 생각에서다.

서 후보자는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대입 자율화정책에 따라 학생 선발을 자율화하다 보니 3000여 개의 대입 전형방식이 생겼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이 자신에게 적합한 대학을 찾기가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또 그는 교육부 차관 시절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지나치게 어려운 대학별 고사를 금지했다. 당시 상위권대 입학처장이었던 A 교수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내신 반영비율에 가이드라인을 정하거나 수시모집의 여러 전형을 규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학 입시와 관련된 실질적인 힘이 다시 교육부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입학사정관제도도 도입 취지에 맞춰 손질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구조조정

서 후보자는 부실대 퇴출 정책을 이어가되 대학 평가의 기준과 절차를 대폭 수정하겠다고 인사청문회에서 밝혔다.

교육부 일각에서는 대학을 평가할 때 수도권과 지방대를 분리하고 평가기준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의 일률적인 평가방식은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을 의식해서다.

특히 대학 평가기준의 초점을 양적 지표에 맞추는 현행 방식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많다. 선진국의 대학 평가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질적인 평가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구상이다. 서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교육부와 독립된 대학평가 기관으로 설립하려던 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지방대 강화 방침을 밝힌 만큼 지방대를 무조건 퇴출시키기보다는 지역의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거점으로 바꾸는 정책도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학이 지역 주민의 경력 전환을 돕거나 제2의 인생 설계를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정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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