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모가 장애… 男兒라서… 입양대기 3년 주원이의 봄은 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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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 들어온 박주원(가명) 군. 박 군은 친모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입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가정입양원 제공
2009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 들어온 박주원(가명) 군. 박 군은 친모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입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가정입양원 제공
“장애는 유전되는 거 아닌가요? 아이가 예쁘긴 한데 좀….”

지난해 11월, 주원이(가명·3세)의 입양은 성사되지 않았다. 뽀얀 피부에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주원이를 보고는 “귀엽다”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엄마가 장애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였다. 입양되는 아이들이 잠시 머무는 서울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서는 6개월 정도면 새 부모를 만난다. 그러나 주원이는 1년 반이 넘도록 혼자였다.

주원이는 건강한 상태다. 신생아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지수인 아프가 점수(Apgar score) 측정 결과 10점 만점에 9.6점이 나왔다.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수치다. 그런 주원이의 겨울은 여전히 춥고 외롭다.

○ 주홍글씨가 된 ‘부모의 과거’

주원이가 성가정입양원 남혜경 원장에게 맡겨진 건 2009년이었다. 주원이의 부모는 미혼의 20대였다. 주원이의 아빠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손님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주원이를 낳았다. 그러나 편의점 월급 80만 원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었다. 결국 더 좋은 부모를 만나라며 주원이를 입양원에 맡겼다.

남 원장은 “주원이 생모가 입양원에 찾아왔을 때 인지 수준에 문제가 있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말투가 어린이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울 정도로 지적 장애가 있었다는 거였다.

입양을 시키려면 해당 아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서류에 기록해야 한다. 입양원 측은 그 규정에 따라 ‘생모의 인지 수준에 다소 문제가 있다’라고 기록했다. 그것은 주원이에게 ‘주홍글씨’가 됐다. 주원이를 입양하려던 이들은 이 기록을 볼 때마다 엄마의 장애가 대물림될 것을 우려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 원장은 주원이를 소개할 때마다 ‘유전으로 발생하는 장애는 전체 장애의 0.1%에 불과하다’라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보여준다. 하지만 반응은 “그런 아이를 키울 능력이나 신앙적 믿음까지는 없다. 죄송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히려 “혹시나 불량스럽게 놀러 다니다가 덜컥 임신한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질문이 이어졌다. 주원이처럼 미혼 남녀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주원이는 남자아이다. 입양하려는 이들은 딸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여자아이는 보통 6개월 이내에 입양되지만 남자아이는 1년씩 기다릴 때도 있다고 입양 기관 측은 전했다. ‘내가 낳은 아이는 아들이길 원하지만 남의 아이를 입양할 때는 딸이 좋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입양한 아이가 대를 잇는 것을 꺼리는 거다. 딸은 예쁘게 키워서 시집보내면 되지만 남자아이는 재산 분배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위탁가정’ 아닌 새 부모는 언제나…

주원이는 세 돌을 맞도록 새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임시방편으로 ‘위탁 가정’에 보내졌다. 위탁 가정은 아이가 입양될 때까지 잠시 맡아준다. 2011년 6월 입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 40대 여성이 “주원이를 키워 보겠다”며 위탁을 자청했다. 남 원장은 “위탁모가 정성껏 돌봐준 덕분에 주원이 얼굴이 밝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주원이의 언어 발달 수준은 다소 더딘 편이다. 엄마 아빠와 일상생활을 하며 말을 익히고 인지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주원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주원이가 위탁 가정에 자연스럽게 입양되면 다행이지만 다시 입양원에 돌아오면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 엄마에게 작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원이가 입양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입양 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인 것 같다”고 했다. 2011년 한 해 동안 입양된 장애인 아이는 275명이었다. 이 가운데 65명만 국내에 입양됐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가정에 보내졌다. 주원이에게 ‘따스한 봄날’은 언제쯤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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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신사임 인턴기자 이화여대 철학과 4학년  
#입양#위탁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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