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직장인들, 출퇴근길 책을 부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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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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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찾아 책이 거리로 나섰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 가면 무인도서대출기를 통해 책을 빌릴 수 있다.(위) ‘책 읽는 
택시’를 타고 듣는 독서의 매력에 빠진 한 승객이 하차 뒤에도 책 내용을 듣기 위해 QR코드를 찍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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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찾아 책이 거리로 나섰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 가면 무인도서대출기를 통해 책을 빌릴 수 있다.(위) ‘책 읽는 택시’를 타고 듣는 독서의 매력에 빠진 한 승객이 하차 뒤에도 책 내용을 듣기 위해 QR코드를 찍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송파구 제공
새해가 되면 ‘올해는 책을 많이 읽어야지’ 결심하지만 바쁜 직장인들이 도서관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밤늦게 퇴근하면 이미 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주말에도 일부러 먼 도서관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도서관이 사람을 찾아 거리로 나서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6)는 책을 읽고 싶을 때면 도서관 대신 지하철역을 찾는다. 출근길에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U-도서관’ 서비스를 통해 책을 빌리고 퇴근길에 반납한다. 김 씨는 “직접 도서관으로 갈 필요 없이 지하철에서 바로 읽을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고 말했다.

관악구가 운영하는 ‘U-도서관 서비스’는 지역 주민이 공공도서관을 방문하지 않고 ‘관악구 통합도서관 홈페이지(lib.gwanak.go.kr)’나 ‘관악구 모바일 도서관(스마트폰)’에 접속해서 원하는 책을 예약하는 서비스다. 책을 신청한 뒤 서울대입구역, 봉천역, 신림역, 신대방역, 낙성대역 내의 ‘무인도서대출기’에서 찾아가면 된다.

관내 구립도서관의 회원으로 가입한 후 이용할 수 있으며,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후 수령지를 ‘U-도서관(지하철역)’으로 선택하면 된다. 책 배달이 완료됐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2일 이내에 책을 찾고, 읽고 난 뒤 지하철역 도서반납기에 넣으면 된다. 지난해 서울대입구역에서만 1만3200여 권을 빌려갈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은평구(녹번역, 구파발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강북구(수유역, 미아역, 미아삼거리역), 성북구(성신여대역, 월곡역)에서도 각 구청 공공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한 뒤 도시대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출퇴근길에 택시에서 간편히 책을 읽는 방법도 있다. 서울 송파구 관내 삼광교통 택시 50대는 주황색 차량 외부에 ‘책 읽는 택시’라는 로고를 달고 서울 시내를 누빈다. ‘책 읽는 택시’에 올라타면 트로트 음악이나 교통방송, 택시운전사들의 푸념 대신 EBS FM ‘책읽어주는 라디오’(104.5MHz) 방송을 통해 책을 낭독하는 잔잔한 목소리가 차내를 감싼다.

이 방송은 ‘라디오 소설’ ‘수필 콘서트’ ‘단편소설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종 문학작품을 들려준다. 책 내용을 다 듣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해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택시 뒷자리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방송을 이어 들을 수 있다.

‘책 읽는 택시’는 운전사들의 독서도 장려한다. 대기시간에 읽도록 회사 내 북카페에 2000여 권의 책이 마련돼 있고, 매달 1차례 인문학 강좌를 개최한다. ‘책 읽는 택시’를 기획한 송파구는 승객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운행대수를 1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책 읽는 택시’를 모는 박기서 씨는 “택시 안에서 늘 책을 듣다보니 승객들과 다툴 일이 없어졌다”며 “승객들에게 최근 읽은 책을 추천하고 책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독서문화를 전파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
#무인도서대출#책 읽는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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