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7일 오후 7시 15분경 인적이 드문 강원 춘천시 동면 도로에서 20대 여성이 K5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숨진 황모 씨(23)의 남자친구인 박모 씨(42). 사고 직전에 황 씨는 차 안에서 박 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차에서 내려 100m가량 걸어갔고 사고 지점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변을 당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도,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다. 사고 당사자인 박 씨만이 알 수 있는 일. 그러나 박 씨는 일관되게 ‘고의가 아닌 사고’라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119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못 보고 치었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도 박 씨였다. 그는 “당뇨성 망막병증 때문에 시력이 나빠져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사고 당시 어두워서 황 씨를 미처 보지 못했다”며 “차 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차를 세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박 씨는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시력이 나빠져 왼쪽 눈은 시력을 거의 잃었고 오른쪽은 0.7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고의 사고에 무게를 뒀다. 사고 직전에 두 사람이 심하게 다퉜고 차에서 내린 뒤 불과 100여 m 앞에서 사고가 난 점, 충격 후에도 차량이 20m가량 운행한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및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황 씨가 도로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가 사고가 난 점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일부 질문에서 박 씨가 거짓 반응을 보인 점을 들어 살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춘천경찰서는 3일 박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78일 만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박 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초까지 동거한 사이”라며 “주위의 반대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와 다툼을 벌인 뒤 차량으로 치어 넘어뜨리고 끌고 가 뇌손상으로 숨지게 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여자친구를 차로 치어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정황 증거만 있다는 점에서 법정에서도 진실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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