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車에 치여 숨진 23세 여성… 단순사고? 살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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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연상男에 결별통보후 차에서 내려 걸어가다 참변
운전한 남친 “눈 어두워 실수” , 檢송치… 법정서 진실공방 예고

2012년 10월 17일 오후 7시 15분경 인적이 드문 강원 춘천시 동면 도로에서 20대 여성이 K5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숨진 황모 씨(23)의 남자친구인 박모 씨(42). 사고 직전에 황 씨는 차 안에서 박 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뒤 차에서 내려 100m가량 걸어갔고 사고 지점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변을 당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도, 현장을 목격한 사람도 없었다. 사고 당사자인 박 씨만이 알 수 있는 일. 그러나 박 씨는 일관되게 ‘고의가 아닌 사고’라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119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못 보고 치었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도 박 씨였다. 그는 “당뇨성 망막병증 때문에 시력이 나빠져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사고 당시 어두워서 황 씨를 미처 보지 못했다”며 “차 바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차를 세웠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박 씨는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시력이 나빠져 왼쪽 눈은 시력을 거의 잃었고 오른쪽은 0.7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고의 사고에 무게를 뒀다. 사고 직전에 두 사람이 심하게 다퉜고 차에서 내린 뒤 불과 100여 m 앞에서 사고가 난 점, 충격 후에도 차량이 20m가량 운행한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및 충돌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황 씨가 도로에 서 있거나 앉아 있다가 사고가 난 점과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일부 질문에서 박 씨가 거짓 반응을 보인 점을 들어 살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춘천경찰서는 3일 박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발생 78일 만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박 씨를 기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초까지 동거한 사이”라며 “주위의 반대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와 다툼을 벌인 뒤 차량으로 치어 넘어뜨리고 끌고 가 뇌손상으로 숨지게 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여자친구를 차로 치어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정황 증거만 있다는 점에서 법정에서도 진실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교통사고#살인#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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