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간부-직원 뒷돈 받고 신불자에 107억 불법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3일 03시 00분


5년간 75차례 검은거래… 지점장 등 6명 구속영장

인테리어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 상태였던 A 씨(36)는 2004년 광주 모 수협 지점에서 자신을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소개하며 거래를 시도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 되팔면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대출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지점장과 대출 담당 직원들에게 수시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처음에는 대출이 안 된다며 거절했던 직원들은 결국 A 씨가 내민 돈봉투에 무너졌다. 명절 때마다 지점장에게는 200만 원이 건네졌고 직원들에게도 50만 원이 든 돈봉투가 뿌려졌다. 회식 때면 A 씨가 나타나 식사 값을 계산했고 고급 유흥주점에서 수차례 접대도 받았다. 지점장은 2007년 A 씨로부터 그랜저 승용차를 선물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지점장과 직원들이 A 씨에게 받은 금품은 밝혀진 것만 2억 원이 넘는다.

약점을 잡은 A 씨는 2005년부터 본색을 드러냈다. 직원들을 압박해 담보 없이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A 씨는 대출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였고 수협 측은 나중에 담보를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은행권의 대출 요건인 ‘선담보 후대출’과 적격심사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A 씨가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은 수협 측의 허술한 감정평가로 최고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담보물로 둔갑했다. 수협은 2008년 A 씨에게 1억6000만 원을 대출해주고는 나중에 226m²의 주택을 담보로 설정했다. A 씨가 타인 명의로 사들인 이 주택은 시세가 8000만 원을 밑도는데도 수협은 배가 넘는 대출금을 A 씨에게 빌려줬다. A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노인 등에게 100만∼400만 원씩 주고 이들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였다.

2005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A 씨가 이런 식으로 75차례에 걸쳐 대출받은 금액은 모두 107억 원. 신용불량자와 수협 직원 간의 검은 거래는 수협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 경찰에 고발되면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와 수협 전 지점장, 직원 등 6명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수협#불법대출#신용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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