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은둔형 외톨이, 구글로 개인정보 884만건 해킹…음란물도 수천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14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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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기능만으로 웹사이트 100여 개 대상
대학 중퇴 후 부모용돈받으며 집과 PC방에서만 생활

구글 검색기능을 이용해 대규모 개인정보를 입수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평소 가족이나 친구와 어울리지 않고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0일 구글 검색으로 개인정보 884만 건을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 씨(37)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을 드나들며 인증절차 없이 관리자 웹페이지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글로 검색해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개인정보를 빼낸 웹사이트는 인터넷 커뮤니티, 연예기획사·산부인과 홈페이지, 취업정보 사이트 등 100여 개에 달한다. 김 씨는 전문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구글의 검색 기능만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10년 전 서울 모 대학 물리학과를 중퇴한 후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아 집과 PC방에서만 생활했다. 항상 방문을 잠그고 부모조차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였다.

수년 전부터는 개인정보 수집과 음란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김 씨는 2009년 공공기관·홈쇼핑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구속됐고, 2011년에는 저작권 관련 홈페이지에서 연예인 3300여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해 입건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행각은 회원정보가 해킹 당했다는 것을 알아챈 한 취업정보 사이트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김 씨는 경찰에 "특별한 이유는 없고 호기심에 그랬다"라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김 씨는 체포 당시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는 것조차 강하게 거부했다"며 "웹하드 저장 자료가 발견된 후에도 파일 비밀번호를 진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김 씨가 동대문구에 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영등포구의 PC방을 주로 이용했고, 명의를 도용한 아이디를 이용하고, 수집한 개인정보 파일을 모두 암호화해 웹하드에 저장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김 씨의 집에서는 웹하드·파일공유사이트(P2P) 등을 통해 받은 음란 동영상 수천 편도 발견됐다.

경찰은 "음란물 중에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아동포르노 87편이 포함돼 있었다"며 "김 씨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2개에 음란물을 저장해두면서 혼자 이를 탐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씨가 유출한 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제삼자에게 넘어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해킹당한 사이트 관리자 대부분은 경찰 통보 이전까지 회원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피해 사이트들이 검색 배제 표준을 적용하고 사용자 인증 프로그램만 갖췄어도 대량 정보 유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당 사이트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했는지 수사하고 있으며 위반사항이 드러나면 사이트 관리자를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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