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대구의 자신감 보여준 전국체전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대구는 분지여서 변화를 싫어한다’거나 ‘대구는 분지적 사고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는 말을 종종 한다. 대구 토박이든 아니든 이런 말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불쑥 나오는 ‘대구 분지’론은 편리한 핑계로 굳어져버린 듯하다.

서울과 대구는 우리나라 지형 가운데 대표적인 분지(盆地) 즉 산으로 둘러싸인 그릇 모양이다. 그런데도 서울에 대해서는 분지여서 변화를 싫어한다거나 둔감하다고 하지는 않는다.

만약 ‘이렇게 변하면 유익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이 확실해도 변화를 싫어할 수 있을까?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머뭇거리게 되는 건 아닐까? 대구시민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이렇게 변하면 대구가 발전한다’고 확신하는데도 “대구 사람은 원래 변화를 싫어한다”고 답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구에 새로운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유쾌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김범일 시장이 입에 달고 사는 ‘더 큰 대구’를 위한 구체적인 변화라고도 할 수 있다.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결정된 ‘2011년 세계육상대회 대구 개최’는 불가능하다던 예측을 깨고 이룬 쾌거였다. 대구시는 이 대회를 위해 대구를 새롭게 변화시킬 사령부인 도시디자인총괄본부를 2008년 시장 직속부서로 설치했다. 이를 중심으로 대구는 거리풍경 등 외형적 변화부터 자신감 회복 같은 내부적 변화까지 끌어냈다. 이 같은 노력으로 25∼28일 대구에서 열린 ‘디자인 코리아’ 대회에서 대구시가 자치단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변화에 따른 정직한 대가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93회 전국체육대회의 ‘디자인’도 호평을 받았다. 전국체육대회는 일반인의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 대구시는 가수 싸이 등을 활용해 개막식이 열린 대구스타디움 관중석을 꽉 차도록 만들었다. 전국체전 개막식이 이처럼 주목 받기는 처음일 것이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47회 전국기능경기대회도 마찬가지. 선수들끼리만의 자체경기가 되지 않도록 관광프로그램 등을 다양하게 버무렸다.

이 모든 것이 지난해 세계육상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대구는 더이상 ‘작은 분지 동네’가 아니라 세계와 호흡하는 ‘큰 언덕’ 즉 대구(大邱)를 향한 ‘큰 디자인’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 분지여서 안 된다는 패배주의 분위기를 씻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글로벌’과 발음이 닮은 ‘달구벌’은 대구가 태생적으로 국제적이라는 설레는 자부심일 수 있다. 대구에 이런 기상이 가득 차도록 대구시부터 뛰어야겠다. 우사인 볼트처럼 힘차게.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전국체전#동서남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