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괴산 명품 절임배추 주문 폭주… “전화통에 불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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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나와서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배추를 절이느라 정신없어요. 힘은 들어도 품질을 믿고 주문하는 소비자들 생각하면 정성껏 만들어야죠.”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서 1000여 m²의 밭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정순천 씨(60·괴산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요즘 김장용 배추를 절이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괴산군 내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900여 농가, 140개 작목반의 하루도 정 씨와 비슷하다. 작목반마다 하루 평균 100통 이상 걸려오는 주문전화를 받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날짜에 절임배추를 택배로 보내기 위해 모든 작목반원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국 처음으로 절임배추를 생산한 괴산군이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주문이 폭주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08년 160억 원이던 판매수익이 지난해에는 272억5000만 원으로, 올해는 285억 원(20kg들이 114만 상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 ‘절임배추가 경쟁력’

괴산군 배추재배 농민들이 절임배추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이전까지는 보통의 배추재배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생배추를 내다 팔았다. 괴산배추는 준고랭지에다 맑은 물, 적당한 일교차가 어우러지면서 고소함과 단맛이 높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던 중 도시 주부들이 김장철이면 김장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주목한 문광면 농민들이 절임배추 생산에 눈을 돌렸다. 정순천 대표는 “절임배추는 가정에서 곧바로 김장을 담글 수 있는 데다 사서 버무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김장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고, 절임배추 생산은 문광면을 넘어 괴산군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생배추에서 부가가치가 더해졌지만 저렴하다는 점도 주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올해도 전국적으로 재배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 등으로 배추가격 폭등이 예상되지만, 절임배추영농조합법인은 3년째 가격을 동결했다. 20kg들이 1상자에 2만5000원(택배비 별도)을 받는다. 배추 1포기에 1만 원까지 값이 치솟았던 2010년에는 주문 폭주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잊지 않고 찾아주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격을 올려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명품 만들기 농민-지자체 한마음

괴산절임배추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단지 ‘절이기’에만 머물러서가 아니다. 최고 품질의 절임배추를 만들기 위한 농민과 지자체의 노력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이곳을 벤치마킹한 다른 지역의 수많은 절임배추를 여전히 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절임배추 영농조합은 8월에 전남 신안군 도초농협을 찾아 천일염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이전에도 국내산 최고 품질의 천일염을 계속 사용해 왔지만 절임배추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소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이 같은 협약을 맺은 것이다. 배추를 씻을 때도 청정암반수를 사용한다. 영농조합법인은 전국에 난립하고 있는 절임배추와의 차별화를 위해 브랜드명을 ‘자연 한포기’로 정하고, 20일 선포식과 함께 ‘제1회 자연 한포기 시골절임배추 축제’를 성황리에 열었다.

괴산군도 올해부터 절임배추 명품화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생산조직 재정비 △생산유통기반 구축 △품질향상 △서비스 개선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 관리 등 5대 중점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홈페이지와 민원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평가를 생산에 반영하고 있다. 괴산의 또 다른 특산품인 고춧가루와 젓갈 파 생강 등이 혼합된 ‘양념 꾸러미 세트’도 개발해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발암을 억제하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일반 배추보다 10배 이상 함유된 기능성 참살이(웰빙) 배추인 ‘항암배추’로 만든 절임배추도 생산하고 있다.

괴산군 농축산유통과 최창원 주무관은 “배추를 절인 뒤 남은 소금물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郡)농업기술센터에 환경친화형 염전을 만들어 소금을 재생산하고 이를 도로 제설 작업용으로 사용하거나 관내 테니스장 및 게이트볼장에 뿌리고 있다”며 “생산부터 마무리까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서도 인기

괴산 절임배추는 해외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캐나다에 20kg들이 절임배추 각 1000상자와, 500상자를 처음으로 수출했다. 불정면의 배추 재배 농민들이 외국에 사는 친척 등에게 선물로 보낸 절임배추가 입소문을 타고 현지 교포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이 성사된 것. 올해에는 8월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유통업체들과 괴산절임배추 및 농특산물 수출 물량 증대와 품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했다.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의 식탁에도 괴산 시골절임배추로 담근 김치가 오른다.

임각수 괴산군수와 정 대표 등은 30일 독도를 찾아 절임배추로 담근 김치 118포기를 증정할 계획이다. ‘118포기’는 1952년 1월 18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국제적으로 선포한 날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괴산군은 앞으로 해마다 10월에 김치 118포기를 전달하는 ‘김치 후원 협약서’를 울릉군과 맺는다. 임 군수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재확인하고 국토 수호에 여념이 없는 독도 경비대를 찾아 괴산 절임배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043-830-3900, www.gsjangter.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절임배추#김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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