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대 경유 도둑맞아도 코레일은 5년간 몰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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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수송車 운전자가 슬쩍… 경찰이 도난사실 알려줘
“공기업 자산관리 허술” 비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 5년간 열차에 공급되는 경유 75만 L(13억원 상당)를 도둑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범인을 붙잡아 도난 사실을 알려주기 전까지 코레일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3일 민주통합당 박기춘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8년 10월 22만 4000L, 2010년 2월 1만5590L, 2012년 3월 51만4000L 등 세 차례에 걸쳐 약 75만3590L를 도난당했다. 코레일이 열차 운행을 위해 공급받는 경유는 연간 1억8000만 L 규모로 정부기관 중에서는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경유 도난은 주로 중간 유통과정에서 이뤄졌다.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코레일과 공급 입찰계약을 맺은 정유사는 2만 L급 유류 탱크로리 차량을 운행하는 수송계약업체를 통해 코레일에 연료를 공급한다. 그런데 일부 유류 수송차량 운전자가 탱크에서 한 번에 1000L 정도를 빼내고 대신 물을 채우거나 탱크 안에 비밀 탱크를 추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경유를 빼돌려 시중가보다 싸게 판매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5월 차량을 불법 개조한 운전사와 탱크로리 매매업자 등 36명을 검거하고 이 같은 사실을 코레일에 통보했다. 코레일은 처음 경유 도난 사실이 확인되자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단 한 차례도 이 같은 범행을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이 수사하지 않았던 2009년이나 지난해에도 경유 빼돌리기가 성행했을 개연성이 크지만 코레일은 이런 실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자 봉인 시스템을 시행하고 수송 차량 무게를 재는 ‘계근대’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돼 방어책을 마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춘 의원은 “코레일을 포함해 유류를 사용하는 국가기관에서 이런 문제를 안고 있을 소지가 큰 만큼 관리 실태를 재점검하고 엄격한 감독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코레일#경유 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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