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모럴해저드… 여권 위조해 자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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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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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30~40명 확인

검찰이 일부 재벌그룹 3, 4세들을 비롯한 상류층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여권을 위조해 자녀를 국내 외국인학교에 불법으로 입학시킨 정황을 포착하고 소환 조사에 나선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들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이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는 규정을 악용해 가짜 여권으로 입학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김형준)는 13일 온두라스 국적의 가짜 여권을 만든 뒤 자신의 아들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D외국인학교에 불법 입학시킨 혐의로 이모 씨와 아내 A 씨를 피혐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씨는 H사 이모 전 부회의장의 아들이다

이 씨 부부는 올 6, 7월 이민알선업체를 찾아가 A 씨의 이름으로 온두라스 국적의 가짜 여권을 만든 뒤 이 학교에 입학서류로 제출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를 받고 있다. 이 씨의 아들은 올해 8월 이 학교에 입학했다.

검찰은 또 D그룹 박모 상무의 아들도 같은 방식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정황을 포착하고 박 상무 부부를 14일 피혐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 상무는 이 그룹 창업주의 고손자이며 현 회장의 조카다. 박 상무의 아내는 이민알선업체를 통해 니카라과 국적의 가짜 여권을 만든 뒤 이 학교에 입학서류로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다른 10대 그룹 집안의 부부도 자녀를 부정 입학시킨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밖에도 1990년대에 해체된 G그룹 N 전 회장의 아들도 같은 방식으로 딸을 이 학교에 입학시킨 정황을 잡고 N 전 회장 아들 부부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수사 대상자가 30∼40명에 달한다.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 집안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재력을 이용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어서 경제민주화 논란과 맞물려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 해당 국가에서 직접 가짜 여권 받아와

검찰은 이달 초 이 학교를 포함한 외국인학교 세 곳과 강남지역 유학원 한 곳, 이민알선업체 두 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0년 6월부터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5000만∼1억 원을 받고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 여권과 시민권 증서를 허위로 만들어준 혐의로 서울 강남 지역의 유학원 및 이민알선업체 대표 3명을 지난주 구속했다. 검찰은 외국인학교가 불법행위를 묵인했는지, 또는 이민알선업체 등과 짜고 학생을 불법으로 모집했는지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본보 6일자 A15면 참조… ‘가짜 국적’ 사 외국인학교 입학… 사회지도층 부모 등 100명 내사

온두라스 니카라과 과테말라 시에라리온. 최근 부정 입학 정황이 포착된 외국인학교 입학생들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중남미나 아프리카에 있는 이들 나라의 국적자라고 속였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주 서울 강남 지역의 유학원 한 곳과 이민알선업체 두 곳을 압수수색해 학부모들의 상담서류와 가짜여권, 시민권증서를 확보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인터넷 광고나 지인의 소개로 이 업체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지역에선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 업체들에 대한 입소문이 은밀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부가 함께 찾아와 상담을 받은 뒤에는 아내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거나 가짜 여권을 만든 경우가 많았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국적포기 신청을 하면 명단이 관보에 게재되므로 남편의 사회적 지위나 직업 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노출 부담이 덜한 아내가 나선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직접 해당 국가로 가서 여권 브로커와 접촉한 뒤 가짜 여권과 시민권증서를 받아왔다. 일부는 이민알선업체 등을 통해 가짜 여권을 만든 뒤 여권 사본만 입학서류로 제출했다. 이번에 적발된 유학원과 이민알선업체는 건당 5000만∼1억 원을 받아 수억∼수십억 원씩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일부 학부모는 “브로커에게 속아서 진짜 외국 국적을 주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외국인학교에 왜 열광하나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자녀와 장기간 해외에 체류했던 주재원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부유층 사이에서는 외국인학교가 조기유학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자식을 혼자 유학 보내지 않고도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하고 미국 등으로 대학을 보내는 데도 유리하다. 여기에 상류층 자녀들끼리 학교를 기반으로 두꺼운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재력가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탈법과 불법의 유혹에 빠져온 것이다. 일부 외국인학교는 한국인 비율이 80%를 넘을 정도다.

수사 대상에 오른 D외국인학교는 서울시가 세계 명문학교들을 직접 접촉해 유치한 최초 사례로 설립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 9월 개교한 이 학교는 미국 뉴욕에 본교를 두고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중국 베이징 등 3곳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해외에서 3∼5년간 교육을 받았거나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외국 국적자여야 한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스스로 국적을 포기하거나 가짜 여권을 만들려고 이민알선업체를 찾았다. 검찰은 이 학교들이 신입생을 급히 모집하기 위해 이민알선업체들과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채널A 영상] 재벌가 며느리 줄줄이 연루…검찰조사에 “왜 나만 조사하느냐”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외국인학교#부정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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