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비리의 늪에 빠진 대구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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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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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훈 기자
장영훈 기자
대구경찰이 온갖 비리 사건에 연루돼 시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대부분 단순 실수가 아닌 경찰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들이다.

범죄자를 잡으러 외국까지 출장 간 경찰이 되레 그들에게 골프와 술 접대까지 융숭하게 받은 일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피해금액 4조 원’, ‘피해자 3만 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그들과 유착한 사실은 충격적이다. 수많은 피해자가 아직도 기약 없이 힘겨운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도 대구경찰청 소속으로 조희팔 사건을 담당했던 정모 경사는 2009년 5월 중국 산둥(山東) 성 옌타이(煙臺)에서 도피 중이던 조 씨 등 일당 4명에게 골프와 술 접대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조 씨 일당을 만났지만 검거하지 않았다. 정 경사가 조 씨 일당을 붙잡기 위해 국제경찰에 수배를 해둔 상태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정 경사는 조 씨의 측근인 강모 씨(52)에게서 수억 원을 받은 정황도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시민의 제보를 받아 사건을 수사하던 한 경찰은 해당 업체에서 뇌물을 받고 사건을 덮어버렸다. 사건 현장을 단속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업체에 정보를 흘려주고 보호해주는 대가로 검은돈을 가로챈 것이다.

지난달 학교급식비리 사건을 사법처리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종결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대구경찰청 수사과 서모 전 경사(42)는 결국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2월 “학교 급식재료 납품업체가 한우 대신 수입고기를 섞어 납품한다”는 제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가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2개월여 만에 사건을 슬쩍 덮어버렸다. 그는 같은 해 8월 해당 납품업체 대표 현모 씨(43)의 지인에게서 2000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 전 경사는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자 사표를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 3월에는 관내 안마시술소 업자에게 단속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수성경찰서 김모 경위(43)가 구속됐다.

문제는 이들 범죄가 음주단속이나 폭력 같은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치안을 책임지라고 준 경찰 권력을 범죄에 악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아주 심각한 일들이다. 김인택 대구지방경찰청장이 평소 “치안은 범죄와 사고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기본 외에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하는 것을 비웃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비리사건이 더 있을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올해 3월 각종 비위사건을 없애겠다며 대대적인 감찰활동을 벌였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듯하다. 경찰 비리를 접한 시민들은 경찰의 배신에 깊은 한숨만 나온다. 대구경찰이 어떤 대책을 내놓고 분위기 쇄신을 선언할지 궁금하다. 비위근절 교육 강화라는 헛구호라도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경찰#비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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