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갔지만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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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이렇게 갔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충남 서산지역에서 아르바이트하던 피자가게 사장에게 성폭행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씨(23)의 어머니 김모 씨(49)는 23일 서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피해 대책위원회 출범 및 서산시민 1만 명 서명운동'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이 씨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한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에 나선 김 씨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우리 딸은 이렇게 갔지만 지금도 젊은 아이들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임금착취를 당하고 있다. 나라가 법을 정해 19세 이상만 아르바이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제 마음을 여러분이 헤아려 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함께 참석한 아버지 이모 씨(52)는 딸을 잃은 아픔에 시종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씨와 중·고교 동창인 친구 조모 씨(23·여)는 "아르바이트하던 피자가게 사장이 도대체 어떻게 협박을 했기에 내 친구가 자살을 했느냐"라며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우리 얼굴을 볼 수 있을 때 말해주지 그랬니"라며 울먹였다.

조 씨는 "부디 재판으로 가해자가 친구의 한이 풀릴 만큼의 죗값을 받을 때까지 시민들이 지켜봐 달라"며 말을 마쳤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며,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딸을 잃은 부모님께 죄송스럽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산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피해 대책위는 성명을 내고 "가해자의 여죄와 사태의 진상을 공정하고 명명백백히 수사해 엄중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며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노동권 및 인권실태 조사를 민·관·경 합동으로 시행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숙연한 가운데 진행됐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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