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가정집서 살충제 만들다 ‘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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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 끓이고 에탄올 붓자 폭발
40대 주부 화상… “유증기 위험”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주택에 사는 박모 씨(44·여)는 고온다습한 날씨에 빠르게 불어나는 바퀴벌레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박 씨는 바퀴벌레 진드기 모기 등 벌레 퇴치 효과가 뛰어나다는 천연 계피 살충제를 만들기로 했다. 21일 오후 10시 반경 박 씨는 냄비에 빙초산과 계피를 넣고 가스불로 끓였다. 마지막 재료인 공업용 에탄올을 펄펄 끓는 냄비에 붓자 열기에 반응하면서 에탄올 유증기가 주방에 가득 찼다. 곧바로 유증기가 폭발을 일으키면서 박 씨는 얼굴과 가슴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유증기가 가스불에 닿아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독성이 적다고 알려진 천연 살충제가 인기다 보니 해충퇴치용 계피가 따로 팔릴 정도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계피를 빙초산과 에탄올에 우려내 분무기에 담아 쓴다’는 간단한 제조법만 소개될 뿐 유증기 폭발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2006년에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진드기 퇴치용으로 계피 살충제 제조방법을 방영했는데 이를 보고 에탄올을 끓인 사람들이 폭발로 화상을 입기도 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에탄올 유증기는 작은 불꽃에도 쉽게 폭발하기 때문에 에탄올 등 알코올류는 절대 끓이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살충제#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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