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대학 탐방]덕성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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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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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阿 여학생 3박4일 “여성파트너십 깨쳤죠”

11일 덕성여대 하나누리관에서 열린 포스터 세션. 33개 국가에서 온 147개 팀이 여성과 관련된 이슈를 시각자료로 만들어 전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덕성여대 제공
11일 덕성여대 하나누리관에서 열린 포스터 세션. 33개 국가에서 온 147개 팀이 여성과 관련된 이슈를 시각자료로 만들어 전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덕성여대 제공
덕성여대는 올해 여름방학을 잊었다.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대회는 10일부터 13일까지 열렸다. 이 기간에 서울 도봉구 쌍문동 캠퍼스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33개국 학생 1000여 명으로 북적거렸다. 캠퍼스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경연대회와 명사 특강이 진행됐다. 축제의 도가니였다.

○ 차세대 여성 인재 육성 위한 국제대회

이 대회는 올해 처음 열렸다. 덕성여대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함께 주최했다. 덕성여대와 유엔여성기구는 2011년 7월 차세대 여성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자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회의 주제는 ‘공감적 나눔: 양성 평등과 여성 임파워먼트를 위한 지속 가능한 글로벌 파트너십’. 덕성여대 학생 500여 명은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여성 관련 리더와 기업인 등 100여 명은 강연자로서 행사에 참가했다. 13일 오후 폐막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하이라이트는 학생들의 경연대회였다. 덕성여대는 △예술과 디자인 △양성평등 증진 방안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한 여성의 역할 △여성을 위한 스마트기기 애플리케이션 등 8가지 주제를 미리 마련했다.

주제별로 지원서를 5월까지 받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1083명(358팀), 국내에서 312명(104팀)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덕성여대 교수진의 심사를 통해 해외 학생 167명과 국내 학생 67명이 대회 참가 자격을 얻었다.

선발된 해외 학생들은 항공료를 지원받고 덕성여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대회에 참가했다. 학생들은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경연대회를 벌이고 순위도 가렸다.

○ 패션쇼로 진행된 경연대회 후끈

13일 오전 11시 덕성여대 대강의동 103호. 8가지 주제 가운데 마지막 주제인 ‘예술과 디자인: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놓고 경연대회가 열렸다.

말레이시아 국립 말레야대에서 온 ‘트라모’팀 학생 3명이 4번째로 경연에 나섰다. 팀장인 간비링 씨(23)가 경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 아직 남아 있는 전통적인 지식과 경험들은 여전히 값진 가르침을 준다. 이런 자산을 지금의 상황에 맞춰 새롭게 해석해내고 재창조해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공연이 시작됐다. 그들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즉석 패션쇼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직접 만들어 온 옷을 입은 학생 모델이 무대에 섰다. 강의실을 메운 학생 50여 명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파란색 드레스와 말레이시아 전통의상인 ‘크바야’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아름다움. 크바야를 새롭게 해석해 드레스 위에 겹쳐입도록 한 ‘레이어드 패션’이다.

간비링 씨는 “원래 불투명하게 만드는 크바야를 속이 비치는 소재로 새롭게 제작해 드레스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했다. 드레스에는 천으로 된 중국식 단추를 활용해 포인트를 줬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란 막연한 주제를 직접 옷을 만들어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트라모팀은 5개 팀 중에서 2등을 차지했다.

○ 멘토와 멘티가 함께 어울린 문화행사

12일 오후 덕성여대 덕우당에서 열린 한국 문화 체험행사에서 덕성여대 학생이 외국 학생의 한복 옷고름을 매주고 있다. 덕성여대 제공
12일 오후 덕성여대 덕우당에서 열린 한국 문화 체험행사에서 덕성여대 학생이 외국 학생의 한복 옷고름을 매주고 있다. 덕성여대 제공
경연대회 못지않게 이번 대회에서 중요한 것이 해외 학생들과 국내 학생들의 교류였다. 덕성여대는 해외 학생과 국내 학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멘토-멘티’ 관계로 묶어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유아교육과 1학년 고수정 씨(26)는 파키스탄에서 온 ‘퓨처 디벨로퍼’팀의 멘토 역할을 했다. 대회 기간 내내 3명과 함께 지냈다. 고 씨는 “문화체험까지 함께하면서 잘 모르던 파키스탄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렇게 큰 행사를 함께 치르고 외국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국 학생 역시 국내 학생과 생활하며 한국을 알게 됐다. 12일 오후에는 한국 문화 체험행사가 열렸다. 활쏘기와 윷놀이, 팽이치기 등 한국 전통놀이와 탈 만들기, 한복 입기, 막걸리와 떡 시식 등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퓨처 디벨로퍼’팀의 재납 리아컷 씨(20)는 “친절한 한국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고 문화체험까지 하면서 잘 몰랐던 한국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자원봉사자로 대회에 참가한 정치외교학과 2학년 최문정 씨(20)는 “학교가 외국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지면서 외국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몸으로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 반기문 총장 “평화와 인권이라는 유엔 가치 실천해야”

김숙 주유엔대표부 대사 겸 유엔여성기구 집행위원장은 11일 특강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세기 만에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은 경제발전의 비밀을 여타 아시아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콩고 학생이 질문했다. “천연자원은 많은데 경제 발전은 이루어지지 않는 콩고의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까.” 김 대사는 “한국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구체적인 경제발전 전략을 먼저 수립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해답을 내놓았다.

첫날 기조연설에 나선 한비야 씨의 강연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파키스탄에서 온 히나 칸 키아니 씨(20)는 “굉장한 영감을 불어넣는 강연이었다.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얘기가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폐막식 연설을 통해 반 사무총장은 “덕성여대와 유엔여성기구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차세대 파트너십 프로그램에 서로 힘을 모으기로 결정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뜻깊은 이 자리를 통해 평화와 인권이라는 유엔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대회 일정은 13일 끝났지만 해외에서 온 학생들 가운데 150여 명은 학교를 벗어나 한국을 체험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18일까지 비무장지대(DMZ), 국회, 기업, 비정부단체(NGO) 등을 견학하고 제빵 등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 미래에는 화합형 인재 중요… 리더십보다 파트너십 강조 ▼


■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가 끝난 13일, 덕성여대 지은희 총장(사진)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함께 여는 세계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지 총장은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33개국 1000여 명의 대학생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내외 인사가 참여했다”며 “한국 학생들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키우면서 국가의 위상까지 높일 좋은 기회였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05년 초까지 여성부 장관을 지냈다. 2006년 총장으로 부임해 7년째 덕성여대를 이끄는 중이다. 학내 분규를 원만하게 정리하고 덕성여대를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회는 대학이 주최한 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안방에서 해외 학생들과 소통하며 파트너십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덕성여대는 그동안 리더십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강조했습니다. 앞에서 이끄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함께하는 화합형 인재가 앞으로는 더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학생을 포함해 33개국에서 1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해의 폭이 크게 넓어집니다. 학생 수십 명을 해외에 내보내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입니다.”

―제3세계의 학생들을 많이 참가시킨 점이 눈에 띕니다.

“그동안 몰랐던 지역을 알아가자는 뜻입니다. 학생들은 교환학생을 신청하면서 선진국만 가려고 합니다. 저부터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 대해서는 이미 상당히 알지 않습니까. 쉽게 접하기 힘든 지역과 나라에 대한 지식을 쌓는 일이 훨씬 의미가 큽니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지혜를 그들에게 나눠줘야 할 때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첫 대회인데 앞으로도 계속 개최할 계획인지요.

“물론입니다. 5년 안으로 해외에서만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행사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포럼이 끝나고 4, 5일간 교육과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짧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내년엔 한 달 정도로 늘리고 싶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장학금과 인턴 기회를 줘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게 하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레지덴셜 칼리지를 추구하는 이유는….

“학부생 수가 6000명으로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학부중심 교육, 학과별 책임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54개나 되는 지표를 충족해 국내 여자대학 중 유일하게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기관평가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첫해에 말입니다. 심사위원들은 온돌식 기숙사와 수면실 같은 시설을 보면서 학교가 학생들을 섬세하게 관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교내에 기숙사를 새로 짓고 있습니다. 2013년 2월 완공되면 기숙사 수용률이 30% 선까지 올라갑니다. 학생이 교수와 함께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공부는 물론이고 문화 예술 체육 봉사 등 전인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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