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면목동 발바리 “충동 못이겨 범행… 잡혀서 다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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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는 20대 여성집 골라 절단기로 방범창 뜯고 침입… 8년간 14차례 성폭행-방화

2004년 5월 16일 오후 5시경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다가구주택 앞. 일용직 근로자 서모 씨(27)는 이 집의 1층 베란다 창틈으로 A 씨(22·여)가 혼자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다 열려 있던 베란다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A 씨의 얼굴과 배를 주먹으로 때린 뒤 준비해간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었다. 그러고는 성폭행했다. A 씨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진 서 씨는 거실에 화장지를 풀어놓고 불을 지른 뒤 “신고하지 말라”며 협박까지 했다.

첫 범행 후 그는 더욱 대담해졌다. 이 동네에서만 20년 넘게 살아온 그는 어느 집에 젊은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지 꿰뚫고 있었다. 그런 집만 골라 여성이 잠을 잘 때 창문을 뜯고 들어가 성폭행을 했다. 고교 졸업 직후 공사장에서 일해 절단기로 방범창을 뜯어내거나 창문을 부수는 일에는 ‘선수’였다. 즉흥적으로 여성을 골라 뒤따라가다가 문을 잠그기 전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돈이 없을 땐 빈집에 들어가 현금과 귀금속을 훔쳤다. 값나가는 물건이 없을 땐 홧김에 불을 질렀다. 목장갑을 끼고 흔적을 철저히 지우는 치밀함 때문에 경찰의 수사망에도 걸려들지 않았다. 동네 주민들은 10여 차례 성폭행과 강도 행각을 벌이다 2010년 검거됐던 ‘면목동 발바리’ 조모 씨(29)를 떠올리며 범인을 ‘제2의 면목동 발바리’라고 불렀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제2의 면목동 발바리’ 사건은 신형 지문감식기 덕분에 해결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007년 이 동네에서 일어났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해 여성의 입에 붙어 있던 테이프에서 지문 일부를 채취하고도 누구의 것인지 식별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새로 도입한 지문감식기를 통해 서 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17일 검거했다. 19일 구속된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강도강간 7건, 방화 3건, 절도 4건 등 모두 14건. 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할 때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며 “이번에 잡혀 범행을 그만두게 돼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쉽게 뜯어낼 수 없는 특수방범창을 설치하는 게 좋다”며 “홀로 귀가할 때는 전기충격기나 호루라기 등 호신용 도구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면목동 발바리#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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