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경북]과학도시에 해양관광까지… 포항 新기원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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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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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심재생 사업을 통해 유럽풍 항구 분위기를 보여주는 동빈부두.
최근 도심재생 사업을 통해 유럽풍 항구 분위기를 보여주는 동빈부두.
포항시 남구 지곡동 지곡주택단지는 1970년대 초반 포항제철소 가동에 맞춰 직원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조성됐다. 현재 단독주택 533채와 아파트 8900여 채가 어우러져 있다. 아파트 가운데 있는 널찍한 잔디밭은 이색적이다. 유럽풍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스틸하우스단지와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영일대 호수공원, 잘 정돈된 가로수와 공원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포스코 직원의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한 포스코교육재단 소속 학교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글로벌 대학으로 나아가는 포스텍도 옆에 있다. 이곳 인구는 3만600여 명. 포스코 가족이 아니면 입주할 수 없었지만 수년 전 개방한 상태다. 포스텍 안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피터 풀데 소장은 “정주여건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과학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동빈내항이 복원되면 다양한 관광시설이 들어선다.
동빈내항이 복원되면 다양한 관광시설이 들어선다.
○ 과학자를 위한 도시 포항

포항시는 ‘최고 주거환경=과학 도시’라는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포항외국인학교 설립이다. 포스코교육재단과 함께 외국 기업을 유치하고 포스텍 및 막스플랑크 연구소 과학자들의 정주여건을 위한 것이다. 최근 공모를 마치고 설계에 들어갔다. 내년 4월 착공해 2014년 5월 완공할 예정이다. 내년 8월 학교장을 임용해 개교 준비를 맡길 계획이다.

포항외국인학교는 1단계로 유치원과 초중고교 305명을 선발한다. 2018년 이후에는 학생 정원을 58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학교도 지곡주택단지에 건설된다. 229억 원을 들여 총면적 1만6800m²(약 5090평) 규모로 짓는다. ‘숲 속 학교’라 불릴 만큼 녹색 공간이 많아 전국 최고 수준의 쾌적한 환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구 연일읍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에는 18만1000m²(약 5만5000평), 3100여 가구 규모의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한다. 2014년 KTX가 포항과 연결되면 서울까지 1시간 50분이면 갈 수 있다. 최근 포항공항 국제선 전세기 확대, 영일만항 크루즈선 입항 등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이환진 포항시 국제화전략본부장은 “생활 편의와 정주여건 개선은 곧 해외인재 확보와 기업 투자 유치와 맞물려 있다”며 “4세대 방사광가속기 건설과 4개 부문 기초과학연구단 등 첨단과학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포항은 글로벌 도시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를 위한 도시 만들기 사업 중 하나인 포항외국인학교는 지곡주택단지에 짓는다.
과학자를 위한 도시 만들기 사업 중 하나인 포항외국인학교는 지곡주택단지에 짓는다.
○ 해양관광도시의 꿈

지난달 포항항은 개항 50주년을 맞았다. 포항 시민들은 1962년 6월 12일 바다와 함께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념비를 세웠다. 포항항은 발전을 거듭해 1969년 10만 t급 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포항제철소가 가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지금은 선박 동시 접안 54척, 연간 8678만t의 하역처리 능력을 갖춘 항구로 성장했다. 포항시는 이날 선박행진과 6월 12일이 생일인 1∼50세 시민 50명이 축하행사를 펼치는 등 특별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포항항이 미래를 여는 새로운 상징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모은 것이다.

포항항은 이제 새로운 역사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오염의 대명사처럼 방치됐던 동빈내항을 내년까지 복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남구 송도동∼해도동 형산강 1.3km 구간에 폭 20m가량의 물길을 만드는 것이다. 주변은 호텔과 수변상가, 테마파크가 들어서고 보트와 작은 유람선이 오가는 관광휴양지로 꾸민다.

복원 준비 작업으로 동빈부두에 있던 창고와 컨테이너, 담장 등을 철거하고 나무와 꽃을 심고 실개천을 조성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물에 뜨는 해양공원과 수상분수, 해양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만든다. 이재열 동빈운하건설팀장은 “동빈 내항이 복원되면 포항항은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며 “포항의 대표적 관광 명품이 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와 호흡하는 포항


이달 26∼29일 포항에서는 의미 있는 국제행사가 열린다. 포항이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인 ‘제10회 아시아태평양도시회의(APCS)’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도시 네트워크 구축을 주제로 개최된다. 경제 산업과 물류, 관광, 도시 간 협력에 목표를 두고 있다. APCS에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뉴질랜드 호주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회원국 13개 나라의 29개 도시가 참여한다. 포항시는 이 행사를 통해 환동해 물류거점으로 도약을 기대한다. 환경과 교통, 주택, 시민참여 등 도시 문제에 대한 협력을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올해는 국제환경기구(UNEO)와 국제인간주거환경기구(UN-HABITAT) 등 2개 국제기구도 참가해 교류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세미나와 포항 도심재생 사업 현장 견학 행사도 마련한다.

포항은 영일만항과 배후 산업단지 조성도 활발하다. 철도와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 기반을 구축해 교통여건이 잘 갖춰진 것도 장점이다. 포스텍의 우수한 연구 환경과 고급 연구 인력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이 같은 좋은 환경을 이번 APCS 때 적극 알려 글로벌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구상이다. 최상수 국제협력팀장은 “행사기간에 포항국제 불빛축제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포항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은 또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12개 도시가 참여한 환동해 거점도시회의 상설사무국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5년 설립한 환동해경제문화연구소(북구 흥해읍)와 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남구 지곡동) 기능을 강화해 회원 도시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류 방안을 찾는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2006년 취임과 함께 ‘글로벌 포항’을 선언하고 2009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 9개 도시가 참여한 제15차 환동해 거점도시회의를 주최해 상호 협력과 교류를 증진하는 ‘포항선언’을 이끌어냈다. 박 시장은 “환동해 중심 항구도시로 발전하는 것이 포항의 미래”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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