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선행학습을 어설프게 일반화해 부작용… 해당 학년 적기교육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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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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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교수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 홍익대 수학교육과
“일부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면 다른 학생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하게 되는 점이 문제다. 학원 입장에서 선행학습을 시킬 경우 상급 학년 내용을 그대로 가르치면 된다. 선행학습이 저비용 고수익 상품이란 얘기다. 선행학습은 교육의 효과를 바로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는 ‘씁쓸한’ 장점도 있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수학교육과)는 선행학습 문제를 ‘일어서서 영화보기’에 비유했다. 극장의 맨 앞줄 관객이 일어서서 영화를 보면 모든 관객이 차례차례 일어서서 영화를 봐야 하듯이 선행학습도 같은 방식으로 퍼져 나간다는 말이다.

박 교수는 선행학습의 장점이 일정 부분 있다고 인정했다. 시험이 문제를 해결하는 싸움터라고 가정할 경우 해당 학년의 수학적 지식만 이용하면 칼만 들고 싸우는 셈이다. 반면 선행학습으로 익힌 상급 학년의 지식을 동원하면 총까지 가진 셈이니 당장의 싸움에서는 총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자연스러운 학습 속도를 따라가도 나중에는 총을 쓸 수 있으니, 기본적인 무기로 버티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은 학생이 결국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자신의 연령에 맞는 내용을 제 학년에 학습하는 적기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교과서에 학년별로 제시된 내용은 평균적인 인지 발달 과정을 고려해 선정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학생에겐 자신의 연령에 부합하는 내용을 제 학년에 배우거나, 다음 학기 내용 정도를 미리 배우는 것이 좋다. 선행학습은 상급 학년 내용을 익히고, 이를 즐길 수 있는 최상위권 학생에게 적절하다.”

선행학습 논란과 관련해 박 교수는 선행학습을 한 학생의 경우 다른 학생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에 젖는 것을 경계했다. 그럴 경우 깊이 있게 이해하기보다는 피상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기 쉽다는 것. 이 과정에서 부모 역시 괜한 공명심에 젖어 자식의 ‘진도 인플레이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선행학습#적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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