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사회, 서남표 총장 계약해지안 상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3일 14시 31분


KAIST 서남표 총장 동아일보 DB
KAIST 서남표 총장 동아일보 DB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사회(이사장 오명)가 서남표 총장에 대한 계약 해지안을 상정했다.

13일 KAIST에 따르면 이사회가 전날 오후 10시께 서 총장의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다룰 예정이다.

해임의 경우 이사회의 의결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계약해지'는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

총장을 해임하려면 법적인 하자나 심각한 도덕적 결함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사퇴 명분이 없는 이사회가 '계약 해지'라는 대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명 이사장과 서 총장이 체결한 총장 위임계약서에 근거해 서 총장에게 남은 임기 2년 동안의 연봉 8억원(72만달러)을 지급해야 한다.

그동안 오 이사장은 서 총장에 대해 여러 차례 자진사퇴를 요구해 왔지만 서 총장이 스스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직접 계약 해지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KAIST 이사진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서 총장을 포함한 전체 16명의 이사 가운데 그동안 총장에게 우호적인 이사는 3명밖에 남지 않아 표결에 부쳐지면 서 총장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KAIST 교수협의회도 이사회를 앞두고 오는 18일 정기총회를 열고 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결국 총장 해임 권한을 가진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서 총장의 거취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앞서 2006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플린 총장은 2004년 KAIST 최초의 외국인 총장으로 취임해 '한국 과학기술계의 히딩크'로 불리며 급진적인 개혁안을 내놨지만 교수들과 불화를 거듭했고, 결국 KAIST 이사회는 2006년 7월 중도 하차를 통보했다.

서 총장은 러플린에 이어 KAIST 총장으로 취임해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며 한때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교수 정년 심사를 강화하고, 학교 기부금을 늘리는 등 대학개혁을 이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대학을 독선적으로 운영했다며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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