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범행’ 그 동네서 어떻게 또 이런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2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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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피해 여성 도움 요청받고도 오인신고로 종결..물의

지난 4월 중국동포 오원춘(42)에게 납치된 여성(28)의 신고전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이 여성이 살해되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은 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가 또다시 112신고에 부실 대응해서 한 여성이 동거남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피해 여성이 112에 신고한 곳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으로 오원춘에게 살해된 여성이 112에 신고한 곳과 불과 800여m 떨어진 곳이다.

22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께 팔달구 지동에 사는 A(31)씨는 집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동거남 최모(34) 씨로부터 주먹과 발로 온몸을 폭행당해 갈비뼈가 골절되는 등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동거남을 피해 이날 0시34분께 경기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자신이 폭행당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종합상황실은 곧바로 관할 수원중부서로 지령을 내려 112 순찰차를 출동시킬 것을 지시했고, 중부서는 관할 동부파출소에 출동을 명령했다.

동부파출소는 지난 4월 오원춘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담당하던 파출소다.

하지만, 신고 당시 동부파출소 112 순찰차 2대 중 1대는 음주교통사고 피의자를 경찰서로 호송하고 있었고 또 다른 1대는 폭행사건을 처리 중이었다.

중부서는 이에 따라 인근 행궁파출소로 연락, 현장에 대신 출동하도록 했다.

행궁파출소 112 순찰차에 근무하고 있던 초급 경위와 순경은 그러나 정확한 사건 내용과 위치 등을 파악한다며 112에 접수된 최 씨의 자택전화로 전화를 거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화를 받은 동거남 최 씨는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고 경찰은 추가확인 없이 최 씨의 말만 믿고 오인신고로 판단,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이 이처럼 무성의하게 사건을 종결함에 따라 이 여성은 최 씨에게 감금당한 채 심하게 폭행당했고 지난 21일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어머니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출될 수 있었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이날 낮 1시15분께 112종합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딸이 112신고를 했는데도 경찰관이 출동하지 않아 폭행당했다"고 신고했고 관할 동부파출소 순찰차가 현장에 출동해 최 씨를 검거하고 이 여성을 병원으로 옮겼다.

이 여성은 갈비뼈 2대가 부러지는 등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씨를 폭행혐의로 입건, 감금·폭행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며 단순 오인신고로 판단한 행궁파출소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담당 경찰관을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드러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수원중부서는 지난 4월1일 "수원시 지동에서 한 남성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도 부부싸움으로 오인,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바람에 이 여성이 신고접수 13시간 만에 시신마저 심하게 훼손된 상태에서 발견돼 물의를 빚었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조현호 경찰청장이 물러났고 경기지방경찰청은 '112 신고센터'와 '치안상황실을 '112 종합상황실'로 통합 개편하는 등 시스템을 개편했으나 현장출동 경찰관에 대한 대응교육의 허점을 드러내면서 또다시 불신을 자초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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