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인하대 배움나눔 동아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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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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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동생들 가르치며 가슴으로 배우죠”

인하대 지식 나눔 동아리인 나무 소속 회원들이 8일 인천 연수구 청학동 늘푸른교실을 방문해 공부방을 찾은 아이들과 책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 지식 나눔 동아리인 나무 소속 회원들이 8일 인천 연수구 청학동 늘푸른교실을 방문해 공부방을 찾은 아이들과 책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8일 오후 6시경 인천 연수구 청학동 늘푸른교실. 인하대 배움 나눔 동아리인 ‘나무’ 소속 김지수 씨(22·한국어문학과 3년)가 전문계 고교 남학생(15·1학년)을 상대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3월부터 1 대 1 결연을 통해 영어실력을 키워주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인지 처음에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데 차츰 흥미를 갖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취업을 앞두고 있어 부담이 있다면서도 김 씨는 “2학년 때부터 시작한 공부방 봉사활동의 매력에 빠져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인하대 동아리 나무는 ‘배움’을 나누는 학생들의 모임이다. 배움을 갈망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형편에 있는 청소년들을 찾아간다. 매주 1회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자신이 가진 지식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나누고 있다. 공부방을 찾는 아이들 대부분은 편모 및 조모 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다. 나무 소속 회원들은 이들에게 수학 영어 등 기초과목뿐 아니라 신문 만들기 등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지식을 나누고 있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사실을 기자에게 털어놓은 서동민 씨(20·인하대 아태물류학부 2년)는 다음 달 군대에 입대하는 탓에 공부방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저도 공부방을 나오는 동생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이들과 어울리며 봉사활동을 할 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 씨는 요즘 여동생이 생겨 기분이 좋다. 여자상업고교에 다니는 1학년 여동생을 1 대 1 결연을 통해 매주 한 번씩 만나고 있는데 수학을 가르치고 숙제도 돕고 있다. 시험기간 때는 ‘카톡’을 통해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서 씨는 “공부방이 없었다면 여동생은 숙제를 못해 학교에서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라며 “자그마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나무 동아리 학생들은 배움을 나누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있다. 윤대열 씨(20·아태물류학부 2년)는 공부방에서 초등학교 5학년 동생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 아이는 아버지가 가출해 할아버지 손에 크고 있다. 그는 윤 씨를 볼 때마다 투정을 부리는데 전래놀이를 하면서도 의견이 맞지 않아 다퉜다. 그러다 윤 씨는 더는 참지 못하고 아이에게 버럭 화를 냈다.

그 아이는 윤 씨와 헤어지면서 “형, 나에게 사과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윤 씨는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며칠 뒤 다시 만난 아이는 윤 씨에게 대뜸 “형도 우리 아빠처럼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가출한 아빠가 “조금만 있으면 집에 간다”고 말만 하고 몇 년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빗대 말한 것.

윤 씨는 “사소한 문자 한 통도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며 “진정한 봉사는 이러한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걸 느끼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나무 동아리 회원들은 매주 한 번씩 인천 동구 ‘푸른 나무 교실’과 연수구 ‘늘 푸른 교실’에서 청소년들의 기초학습을, 부평구 ‘참나무 학교’에서는 ‘신문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매달 한 번씩 자신들의 봉사활동을 적은 ‘파랑새이야기’를 인하대 화장실에 붙이는데 이를 본 대학 교직원들이 나무를 후원하고 있다. 나무를 이끄는 박윤정 회장(21·인하대 간호학과 2학년)은 “부족한 아이들에게 자그마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나무#청학동#늘푸른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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