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감동을 동감으로 바꾼 뮤지컬

  • 동아일보

대구 학교폭력 문제 다뤄… “친구 소중함 느껴”

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뮤지컬로 학교폭력을 고민하게 만드는 방식이 좋았습니다.” 13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공연한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선인장 꽃피다’를 관람한 학부모의 말이다.

이 뮤지컬은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로 학교폭력 문제가 큰 파장을 낳은 후 이 센터가 자체 제작해 올해 4월부터 공연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30여 회 공연에 3만5000여 명이 관람했다. ‘뜻밖의’ 호응에 12월까지 70여 회 연장 공연한다.

12일 관람하고 느낀 점을 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중3 남학생의 말은 인상적이다. 그는 “체험학습으로 뮤지컬을 보러 간다기에 굉장히 불만스러웠다.… 공연이 끝나고도 여운이 남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2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는 뮤지컬의 매력이고 두 번째는 친구들의 소중함”이라고 썼다.

학교폭력이 불거지면서 교육당국 등이 ‘종합 대책’이라며 온갖 정책을 쏟아내지만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은 찾기 어렵다. 어떤 종류의 폭력이든 다른 사람을 파괴하려는 공격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면서 ‘서로 배려하면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훈계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이 중학생이 70분짜리 뮤지컬을 보고 “따돌림 당하는 친구의 마음을 비로소 공감하고 나의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달았다”고 하기까지 뮤지컬이라는 음악의 힘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15일 개막해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지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은 내용도 알차 정부의 ‘지방 브랜드 세계화 시범사업’에 최근 선정됐다. 대구시가 20억 원을 들여 마련하는 대구의 대표적 문화행사다.

올해 딤프는 학교폭력으로 얼룩지고 침체된 대구의 분위기를 바꾸는 활력이 될 수 있다. 15일 오후 6시 30분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리는 개막행사 ‘뮤지컬의 밤’을 찾는 3만여 명의 시민에게 “뮤지컬 도시 대구에 학교폭력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마음이 넘치면 좋겠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뮤지컬#선인장 꽃피다#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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