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리산面 추진” vs “일개 面이름 안될 말”

  • 동아일보

함양군, 마천면 이름 변경에 산청군 등 이웃들 대거 반발

국립공원 1호이자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자락 이웃사촌들 우애에 금이 갈 조짐이 보인다. 경남 함양군이 지리산을 면(面) 단위 이름으로 사용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함양군은 이달 7일 ‘함양군 읍면동의 명칭과 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달 30일까지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함양군 남서부에 위치한 ‘마천면(馬川面)’ 명칭을 ‘지리산면(智異山面)’으로 바꾸는 것이다. 함양군의회는 “지리산 관광자원화를 위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마천 출신 노길용 의원의 제안에 따라 명칭 변경에 착수했다. 마천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을 흐르는 하천이 말 달리는 모습과 비슷한 데다 물살도 빨라 붙여졌다고 한다.

함양군은 마천면 전체 1206가구 가운데 1039가구가 참여한 명칭 변경 찬반 조사에서 966가구(93%)가 찬성하자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군은 입법예고가 끝나면 조례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조례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경남도에 보고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명칭이 바뀐다. 지방자치법에 읍면동 명칭 변경은 조례 개정으로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경남 산청군의회는 최근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산이므로 일개 면 이름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명칭 변경 백지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산청군의회는 성명에서 “지리산면이란 명칭 변경은 지리산권 자치단체들의 공동발전을 위해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리산권인 경남 하동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 장수 곡성 등은 지리산권관광개발조합을 만들어 협력하는 사이다. 산청군뿐 아니라 하동군과 전남북 시군들도 명칭 변경에 부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천면 가흥리가 고향인 이현규 마천면장(50)은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은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와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의 경계지점이지만 마천에서 제일 가깝게 보인다”며 “지역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만큼 명칭 변경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리산#함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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