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대구메트로아트센터 체험관. 한참 팽이치기를 하던 이재현 군(4)은 이어 제기차기에 도전했다. 이 군의 할아버지 이상운 씨(62·대구 수성구 수성동)는 “아이와 함께 이런 놀이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 일부러 왔다”고 말했다.
맞은편 1322m²(약 400평) 규모의 전시관에서는 수십 년 전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 등 가족계획 표어나 연탄불로 밥을 짓던 부엌 등을 만날 수 있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는 주말마다 추억의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 공연이 열린다. 정판규 대구메트로아트센터 대표(52)는 “이런 행사를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는 시민이 적지 않다”며 “지하철공사가 문화마케팅에 더 관심을 가지면 지하철 이미지도 좋아지고 승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2009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14만∼15만 명이 다녀갔다고 센터 측은 밝혔다.
대구지하철 역사가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초 1, 2호선 37개 역(전체 56개 역)에서 동요연주회 등이 열린 데 이어 이달 말까지 56개 역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해 8월부터는 반월당과 중앙로역 등에서 매달 1회 이상 영화 시사회 초대권(300장)을 나눠주는 행사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부터 가을마다 ‘디트로 문화한마당’ 행사를 여는데 올해도 10월에 열 계획이다.
안전체험학습장으로 꾸민 월배차량기지와 바람개비동산 및 허브동산 등이 있는 문양차량기지 등 기지 세 곳에는 지난해 2만여 명이 찾았다. 이 덕분에 승객도 늘어 2008년 하루 평균 30만3000명이었으나 지난해는 33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운송수입도 2008년 667억6500만 원에서 지난해 775억6500만 원으로 늘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측은 “지하철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한 이후 눈에 띄게 승객이 늘었다”며 “지하철이 곧 문화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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