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한 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거나 대출을 받아 유상증자에 참여한 직원들의 돈을 돌려주기 위해 80억 원을 측근에게 보관해 놓았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검찰에 추궁당할 것을 알면서도 80억 원의 소재를 밝힌 것은 미래저축은행 임직원들의 제보로 자신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나지 않도록 입막음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회장이 80억 원을 따로 챙겨놓았다고 미래저축은행 백모 이사에게 보낸 ‘옥중편지’를 11일 입수했다. 편지는 9일 썼으며 편지봉투에는 10일자 소인이 찍혀 있었다. 3일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 뒤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김 회장이 은닉재산의 존재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 9월) 1137억 원을 증자하면서 A사 (등의 명의로 빌린) 300억(에 대한) 솔로몬 측으로부터의 대출 상환에 대한 압박, 서미갤러리 미술품에 대한 담보 중압감, 오금이 저려오는 고통 속에서 여러분의 80억 증자, 김모 이사의 40억 증자가 제 마음속에 큰 부담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큰 부담 속에 (영업정지) 하루이틀 전 결심을 해야 했다”며 “예금과 주식으로 이를 해결하고 자결과 밖으로 나가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사건 바람이 좀 지나가면 각자 투자한 주식값만큼은 꼭 해결해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다”며 “80억 원가량을 잘 보관토록 했다”고 적었다. 이어 “여러분에게 저는 과거나 현재나 조금도 다름없는 미래저축은행의 회장”이라며 “밀항, 밀항… 조금 있다가 진실을 이야기합시다”라고 ‘할 말이 있지만 지금은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
유치장에 입감된 지 하루 만인 4일 자살을 시도하는 등 불안한 심리가 가라앉지 않은 듯 편지글은 주술 관계가 맞지 않고 솔로몬저축은행을 ‘솔로문’으로 표기하는 등 맞춤법이 틀린 곳도 군데군데 보였다.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80억 원을 보탠 이 은행 임직원들은 밀항을 시도하고 재산을 빼돌린 김 회장에게 실망과 분노를 느껴 검찰 및 금융당국에 회장의 각종 비리를 제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