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 명단을 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키로 하자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허가 기준을 엄격하게 정한 법은 정비하지 않고 설치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또는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보육시설을 직접 설치하거나 다른 시설에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규정을 지키고 있는 사업장은 37.1%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따로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안 만드는 기업을 공개해 달라”며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경실련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복지부가 미설치 기업을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된 것. 복지부 관계자는 “직장보육시설을 안 만들어도 법적 처벌을 받거나 벌금을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기업은 ‘이미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기업들로부터 공개방식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명단 공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같은 건물 안에 보육시설을 만들려고 했는데 회사 근처에 모텔이 있어서 안 된다는 지적이 있어 허가를 못 받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현행 규정상 50m 이내에 모텔이나 술집, 당구장, 노래방, PC방, 가스충전소, 주유소가 있으면 보육시설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이나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사업장은 직장보육시설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 이 경우 회사와 떨어진 곳에 따로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직장보육시설의 장점이 사라지는 것. 옥외 놀이터 규정이 엄격한 점도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어렵게 한다. 아동 정원이 50인 이상이면 자체 옥외놀이터를 갖추거나 100m 안에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모든 어린이집에 적용되는 기준인 만큼 직장 어린이집만을 위해 규정을 바꿔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부모들은 7월 복지부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조치로 직장보육시설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지난달 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직장, 국공립, 민간, 가정어린이집을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보육과정, 안전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직장어린이집이 92.4점으로 가장 높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90.5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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