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쏘며 뒤쫓는 테러범 이틀만에…“실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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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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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동아일보DB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동아일보DB
둥근 달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를 차량 한 대가 질주하고 있고, 그 뒤를 5대의 군용 지프차가 쫓고 있다. 이따금씩 총성도 울렸다. 앞선 차량은 밴을 개조해 만든 요인 보호용 방탄차량이었다. 이 차에는 테러범들에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모 건설사 임원이 타고 있었다. 밴을 쫓는 지프차에는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의 추격전은 이틀에 걸쳐 쉼 없이 진행됐고, 밴이 인접 국가로 국경을 넘으면서 막을 내렸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국내의 한 경호업체가 겪은 실제 이야기다. 현재 국내에는 해외 위험지역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경호해주는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이 10여 곳에 이른다. 인텔엣지, 블렛케이, 쉴드컨설팅 등이 대표적인 국내 PMC로 꼽힌다.

이라크나 리비아 등 치안이 불안하지만 대규모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PMC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위험국가들은 아예 PMC를 동반하는 조건으로 입국 비자를 내주고 있어 이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국내 건설업체들은 주로 현지 경호업체를 이용했다. 하지만 언어문제로 경호에 어려움이 따르자 자연스럽게 국내 PMC 업체를 찾게 됐다. 쉴드컨설팅의 김태형 이사는 "실제 대치 상황에서는 경호 대상이 흥분할 수 있기 때문에 자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지 업체들은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어서 경호에 소홀한 측면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이라크에서 신도시와 발전소 공사를 수주한 한화건설과 STX중공업도 국내 PMC에 경호를 맡겼다.

국내 PMC의 경호직원들은 모두 해군특수부대(UDT)와 특전사, 북파특수요원부대(HID)에서 부사관급 이상의 간부로 군 생활을 경험했다. 일반 병 출신은 실전 경험이 부족해 아예 뽑지 않는다. 국내 PMC에 소속된 해외요원도 미 해군특수부대(SEAL)나 육군특수부대인 그린베레 출신이다. 연봉은 8000만~1억 원이다.

이들은 무장경호와 공사현장 방호, 무장차량 호송 등을 주로 담당한다. 요원마다 저격, 통신, 장비 등 주특기 분야가 있다. 경호 외에 숙소와 음식을 책임지는 PMC도 있다. 국내 PMC 업계 수위를 다투는 블렛케이는 바그다드 내 한국대사관 인근에 게스트하우스와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경호직원들이 다루는 장비는 전시를 방불케한다. 수류탄 폭발을 견디는 방탄차량은 토요타 랜드크루져를 개조해 사용한다. 1대당 가격이 1억8000만 원에 달한다. 경호원들은 소총 AK-47과 저격용 총 MSG-90, 미군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총 M-4, 권총 글록-17 등으로 중무장한다. 방탄차량과 총기는 모두 현지에서 조달해 사용한다. 구입 방법과 루트는 특급 '보안사항'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경호업체 시장은 연 3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한 경호업체 관계자는 "건설공사 수주 금액의 5~10%가 해외 경호비용으로 책정된다"고 귀띔했다. 5인 경호원 기준 하루 경호비용은 800만 원 수준이다.

국내 건설시장의 장기 침체로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건설사들이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PMC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엣지 관계자는 "2020년까지 국내 PMC시장은 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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