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취임한 정갑영 연세대 총장 “외국 우수학생 적극 유치… 25%까지 채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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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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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양복에 하늘색 와이셔츠, 파란 넥타이…. 취임(1일)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만난 정갑영 제17대 연세대 총장(61)의 옷은 온통 파란색이었다. 연세대를 상징하는 색깔이다. 그는 연세대에 ‘제3의 창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터뷰 내내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세대에서 23년 만에 간선제로 뽑힌 총장. 그는 “인맥이나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으로 학교를 위한 정책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간선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열었다. 》
―4년 임기 뒤 이것 하나는 정말 변했다고 평가받고 싶은 점은….

“인천 연수구 국제캠퍼스에 도입할 ‘레지덴셜 칼리지’가 안정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한국 대학이 생활밀착형 전인교육으로 전환하고 연세대가 아시아의 세계적 대학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레지덴셜 칼리지는 어떤 개념인가.

“학부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형태다. 내년 신입생은 모두 한 학기씩 국제캠퍼스에서 지내게 된다. 2014년 4000명을 수용할 기숙사 시설이 완공되면 1년씩 생활할 수 있다. 하버드, 옥스퍼드, 프린스턴 등 세계의 유명 대학은 이미 이런 형태로 운영한다.”

―이를 ‘제3의 창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한국 대학은 학원형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학생들은 통학에 1∼2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술 먹고 집에 늦게 들어간다. 인생의 전환기인 대학교 1학년을 이렇게 보내긴 아깝다. 기숙사에 살면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체육 문화 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모르는 게 있거나 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상담도 받는다. 기숙사 한 동에 교수가 1명씩 지내고, 학생 30명당 대학원생 1명을 배정할 생각이다. 자신과 경제·문화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학생과 함께 지내며 글로벌 리더로 크는 셈이다.”

정갑영 연세대 신임 총장은 연희전문과 세브란스병원의 설립, 두 대학의 통합에 이어 레지덴셜 칼리지 설립을 ‘제3의 창학’이라고 표현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갑영 연세대 신임 총장은 연희전문과 세브란스병원의 설립, 두 대학의 통합에 이어 레지덴셜 칼리지 설립을 ‘제3의 창학’이라고 표현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제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이제 국내 대학도 해외 우수 인재를 데려오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환경이 변하고 있다. 10년 뒤 학령인구가 30% 줄어든다. 연세대도 현 체제를 유지하지 못한다. 아이비리그와 경쟁할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수한 해외 학생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현재는 외국학생 비율이 2∼3%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론 전체 정원(3200명)의 약 25%는 외국학생으로 채워야 한다고 본다.”

―외국학생을 끌어오기 위한 방안은….

“늦어도 내년에 해외 입학사무소 2곳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 동남아시아나 중국 가운데 한 곳이 될 것 같다. 우수한 학생을 현지에서 인터뷰해 데려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종합대가 해외 입학사무소를 만들기는 처음이다. 포스텍이 포스코의 베트남 지사를 활용해 대학원생을 주로 데려온다고 들었다.”

―교육 프로그램도 손봐야 하지 않을까.

“외국학생이 들을 만한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우선은 언더우드국제대학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늘릴 생각이다. 올해 처음으로 언더우드국제대학의 외국학생이 한국 학생 정원(120명)의 30%를 넘었다. 4년 내에 언더우드국제대학의 정원을 3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창의인재전형을 실시했는데….

“경쟁률이 60 대 1을 넘었다. 100% 입학사정관 전형이다. 성적 중심의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었다. 특정 분야에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학생 31명을 뽑았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1년간 꾸준히 창작활동을 했던 검정고시생, 7세 때부터 곤충에 관심을 갖고 관찰일기를 쓰면서 현재 ‘국가지정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생물종 외부 동정위원으로 활동하는 학생도 있었다. 올해는 40명을 뽑을 생각이다.”

―선발에 어려운 점은 없나.

“창의인재전형을 더 확대하고 싶은데, 뽑는 과정이 힘들다. 학생 1인당 교수 2명이 1∼2시간씩 인터뷰를 하고 에세이를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모든 대학이 똑같이 8, 9월부터 입학사정관 전형과 수시전형을 해야 하니 시간상 쫓긴다. 대학 입시에 자율성을 줬으면 좋겠다. 이래서는 외국학생을 데려오기도 힘들다.”

연세대는 2일 등록금을 2.3%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10% 인하를 주장하는 학생 측과 줄다리기를 벌인 뒤였다. 지난달 31일에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등록금 인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정책을 펼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대학은 정부 지원이나 동문·사회의 기부, 등록금으로 운영된다. 국내 대학은 앞의 두 가지가 취약해 등록금 의존율이 높다. 등록금을 일률적으로 인하하면 하향 평준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등록금은 적어도 고등학교 수준만큼이라도 자율화해야 한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등 특성에 따라 비싼 고교가 있듯이 대학도 등록금이 다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서울시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긍정적으로 본다. 등록금이 지금의 반값인 곳도, 무료인 곳도, 지금보다 더 비싼 곳도 있어야 한다.”

―일부에선 자율화로 등록금이 치솟을 거라고 우려한다.

“대학 수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나와 있으니까 무조건 올려 받을 순 없다. 학교 수준 이상으로 받으면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등록금이 오르면 중산층 이상에만 유리할 수도 있는데….

“자율화하면서 몇 %는 소외계층을 위해 쓰라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면 된다. 대학은 자율성을 얻는 대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소외계층이라도 등록금이 비싼 좋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윌리엄스칼리지는 등록금이 엄청나게 비싸지만 최고의 대학으로 꼽힌다. 이 대학은 3대에 걸쳐 처음 대학에 진학하는 집안의 학생에게 입학 우선권을 준다고 한다.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대학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다양한 방식의 기부를 확대할 생각이다. 졸업생 1명이 하루 1000원을 기부하는 상경·경영대의 ‘블루버터플라이’ 같은 기부활동이 전체 동문으로 확대되도록 협조를 구하겠다. 기부연금이나 기부보험도 도입할 생각이다. 기부연금은 집이나 건물 같은 자산을 학교에 기부하면 학교가 연금을 주는 제도다. 기부보험은 기부자가 가입한 생명보험을 사후에 유족과 학교가 절반씩 나누는 방식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정갑영 총장 ::


―1951년 전북 김제 출생
―1975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사
―1985년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1985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1998년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2002년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2006년 연세대 원주캠퍼스 부총장
―2010년 자유기업원 이사장
―2011년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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