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경로당 집단 복통 원인은 농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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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나눠먹은 6명중 1명 중태
경찰 “고의 투입 여부 수사”

“오손도손 비빔밥 만들어 먹다가 웬 날벼락인지….”

5일 오후 5시 반경 전남 함평군의 한 경로당. 정모 씨(70·여) 등 50∼70대 여성 5명이 점심 때 먹고 남은 찬밥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경로당 안방에 모여 먹기 시작했다. 비빔밥은 경로당 부엌에서 각종 야채와 양념을 넣어 만들었다. 저녁을 먹으라는 부인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온 이모 씨(55)도 함께 식사를 했다.

식사가 시작된 지 10분 만에 여성 5명이 동시에 입에 거품을 물고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다. 식사를 늦게 시작한 이 씨도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들 가운데 2명이 의식을 잃는 등 증세가 심각해지자 2명을 119구급차를 불러 옮겼다. 이 씨 등 나머지 4명은 승용차를 타고 인근 국군함평병원으로 갔다. 이후 주민 6명은 광주시내 2개 대학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았다. 주민 5명은 의식을 회복했지만 70대인 정 씨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전남 함평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정 씨 등 주민 6명의 가검물에서 카바메이트 계열 살충제인 M(메소밀)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6일 밝혔다. 가루나 액체 형태인 M은 냄새가 심하지 않고 색깔은 흰색에 가깝다. 고독성인 탓에 음식물에 소량만 들어가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경찰은 음식에 들어간 M이 소량인 점으로 미뤄 실수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저녁식사 전에 경로당에 주민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누군가가 고의로 M을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함평=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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