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뼛속까지 친미” “가카의 빅엿” 논란 빚었던 판사들… 이번엔 ‘김정일 추모 차단’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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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강력히 비판했던 판사들이 이번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분향소 설치 등 일각의 추모 움직임을 형사처벌하려는 정부 방침을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달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하여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라는 비판 글을 올린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45·사법시험 32회)는 19일 오후 11시 50분경 진보단체와 일부 대학에서 일고 있는 추모 움직임을 처벌하기로 한 공안당국의 방침을 ‘야만’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최 부장판사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거론되는 남한 내 조문 논의를 빌미로 사이버 공간에 대한 공안정국이 본격화할 것인가’라는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끌어다 놓은 뒤 “나라나 정부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야만은 언제나 되어야 사라질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듯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42·사법시험 33회)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꼼수면’ ‘가카새끼 짬뽕’이라고 쓰인 패러디 사진 2장을 올렸다. 이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조합해 만든 이 패러디물은 현재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게시물이다.

이 게시물이 한 신문에 보도되고 논란을 빚자 이 부장판사는 다시 글을 올렸다. 그는 “‘시정잡배’라는 말씀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사법 서비스 공급자인 판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수요자인 ‘시정잡배’의 요구에 맞는 재판을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라고 썼다. 해당 기사에서 이 부장판사의 언행에 대해 “판사가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가카의 빅엿’이란 표현으로 논란을 빚었던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41·39회)는 이날 트위터에 ‘시정잡배의 눈에는 모두가 시정잡배로 보인다’며 해당 보도를 꼬집었다. 그는 또 한 트위터리안이 “정말 궁금한데 김정일 사망에 대해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렇게 써도 죄가 되나요?”라고 묻자, “솔직히 나도 헷갈립니다. 2009년부터 뭔가 꼬투리를 잡아 (이런 행동이) 불법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라며 정부 방침을 비꼬았다.

한편 대법원 행정처가 한미 FTA 연구모임을 만들자고 청원한 판사 168명 전원에게 FTA 연구모임 구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보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판사들의 집단 청원이 자칫 외부에 ‘법원 내부 갈등’으로 해석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사법부 수뇌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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