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조명 켜자니 과태료 걱정… 끄자니 고객 불만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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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에너지 사용 제한’… 대형시설 깊은 고민

“조명이 없으니 연말 분위기가 덜하네요.” 직장인 황기석 씨(35·서구 비산동)는 14일 대구 중구 남산동 반월당 네거리 가로수에 설치된 야간 경관조명 수백 개가 꺼진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연말연시는 좀 밝은 거리를 보면서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15일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력 사용을 제한토록 해 도심 야간 경관조명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퇴근 시간인 오후 5∼7시 전력 수요가 많아 모든 공공기관과 대형건물은 전기 사용을 자제토록 했다. 백화점 같은 대형건물은 전력 사용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90%를 넘으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문다. 관할 지자체는 대책반을 구성해 내년 2월까지 단속을 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 시설들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하지만 고객서비스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 대표 건물인 83타워(옛 우방타워) 조명은 오후 10시 이후 꺼진다. 이월드(옛 우방랜드)는 타워 조명과 공원 경관조명,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이월드 관계자는 “계속 켜면 과태료가 수천만 원이 나올 수 있어 공원 경관조명부터 하나씩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 등 지역 유통업체도 건물과 주변 나무에 수놓은 조명 점등 시간을 제한키로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어둑한 분위기 때문에 고객이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시설 경관조명도 이른 저녁이나 늦은 밤에는 볼 수 없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2·28기념중앙공원, 중앙로, 반월당 달구벌대로 등에 설치한 야간 경관조명 점등 시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구 관계자는 “연말 분위기에 맞도록 많이 켜야 한다는 의견과 지자체가 솔선수범 차원에서 꺼야 한다는 의견이 갈라져 시간 조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했다. 대구 관문인 와룡대교 같은 주요 다리와 공공건물 경관조명은 2월까지 끈다. 또 주요 도로와 인도 가로등 점등 시간도 제한돼 도시가 더 어두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 포항시 포스코는 매년 포스코로(형산교차로∼오광장)를 꾸민 야간 경관조명과 북구 오거리, 육거리 등에 설치해 오던 대형 조명장치를 올해 중단했다. 주부 김민정 씨(42·북구 두호동)는 “포항하면 불빛 도시가 떠오를 정도로 화려한 경관조명을 자랑했는데 올해 불 꺼진 포스코로를 보니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며 아쉬워했다.

지자체들은 영업 불편을 최대한 줄이면서 연말 분위기도 적절히 띄우기 위해 조명 제한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대구시 녹색성장실 관계자는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공원의 조명은 점등 제한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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