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사찰 주지, 아동시설 후원금 30억 빼돌려 도박 탕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동보호시설을 운영하면서 받은 정부보조금과 민간 후원금 등 수십억 원을 도박과 주식투자 등으로 탕진한 스님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정부보조금 6억9000만 원과 각계 후원금 23억3000만 원 등 약 30억 원을 빼돌려 도박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사기)로 의정부시 S아동복지시설 원장 정모 씨(56)를 붙잡았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빼돌린 돈을 갖고 지금까지 110여 차례에 걸쳐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아 주로 슬롯머신을 하며 10억 원가량을 잃었다. 또 선물옵션에 2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가 수익을 올리기는커녕 원금까지 모두 날렸다. 의정부 모 사찰 주지인 정 씨는 다른 스님 문모 씨(56) 등 2명을 이 시설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08년부터 최근까지 매달 120만 원씩의 보조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33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씨는 1990년부터 어린이들을 돌봐왔다. 원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개인 단체 기업 등으로부터 연평균 5억 원가량의 후원금이 접수됐다.

그러나 후원금 대부분을 정 씨가 빼돌리면서 중고교에 다니는 원생들은 생활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또 추가 횡령도 조사하고 있다.

의정부=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