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모니’ 현실로…김천소년교도소에서 가수 이승철과 공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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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 937석의 경북 김천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이 가득 찼다. 평일임에도 청중이 가득 모인 이유는 이날 특별한 공연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별한 공연의 주인공은 가수 이승철씨와 18명의 김천소년교도소 수감자로 구성된 합창단. 합창단원은 강도, 강간, 살인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들이다. 수감자는 원칙적으로 교도소 밖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합창단 지휘를 맡은 이승철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배려로 수감자 신분으로 교도소 담 밖에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이들은 이씨의 지휘 아래에 '도라지꽃'을 비롯해 '거위의 꿈'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승철씨는 수형자들로부터 받은 편지로 만든 '그대에게만 드립니다'란 신곡을 이날 처음 공개했고 마지막에 자신의 히트곡인 '네버엔딩 스토리'를 불러 청중의 환호에 화답했다.

공연 내내 일부 단원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이승철씨도 중간에 눈물을 흘려 청중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여자교도소 수감자가 합창을 통해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하모니'가 현실화된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합창단원에겐 30분간 가족과 특별면회의 혜택이 돌아갔다.

이승철씨는 일일이 단원의 가족에게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등 공연이 끝나도 합창단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가수와 수형자의 특별한 만남은 지난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TV 프로그램이 지난 6월 법무부 교정청에 소년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합창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이들의 만남은 시작됐다.

법무부는 김천소년교도소를 대상으로 정한 뒤 합창단을 이끌 지휘자로 이승철씨를 정해 의사를 타진했다. 물론 선뜻 응하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씨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기꺼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씨는 지난 9월부터 비교적 먼 거리임에도 매주 수요일 김천소년교도소를 방문해 합창 수업을 벌였다. 그 덕분에 수형자들은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합창의 재미를 느끼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여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교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학교에 다니면서 숙제도 잘 안하던 친구들이 편지 쓰라는 숙제를 해오기에 노래 가사로 만들었더니 기막힌 곡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연 후 만난 이씨는 특유의 직설적 성격대로 스태프나 취재진과 일일이 인사를나누는 등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씨는 "처음 봤을 때는 그야말로 흉악범의 눈빛이었으나 이제 나이에 맞는 해맑은 눈빛을 지녔다"며 "음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번 기회를 통해 공연교화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합창단의 연습과 공연 장면은 12월 하순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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