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대통령’ 글 올린 부장판사 “잘못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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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일자 페이스북 반박 글대법원, 윤리위 회부하기로… 양승태 “법관 처신 신중해야”

현직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비판 여론이 일자 다시 반박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판사를 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인천지법 최모 부장판사(45)는 22일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자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글을 올렸다. 최 부장판사는 올 1월부터 법원 내 진보성향 법관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글에 동료 판사를 비롯한 13명이 ‘좋아요’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논란이 되자 최 부장판사는 해당 글을 23일 삭제했다.

대법원은 “이 글이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글을 올리게 된 경위 등을 확인한 뒤 29일 열릴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표현과 내용이 법관 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심의할 계획”이라며 “페이스북은 사적 공간이지만 전파 가능성도 있어 이번 기회에 법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문제에 대한 의견 수렴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리위 회부 소식이 알려지자 최 부장판사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SNS 공간에서 제 생각을 말한 것은 잘못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판사는 사회적 현안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옳고 그렇게 말을 하려면 법복을 벗으라는 것은 권력층과 가진 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며 “이번 한미 FTA처럼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가 나아갈 정당한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에는 지적하고 시정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은 항상 언행과 처신을 유념해 신뢰를 저버리거나 훼손할 만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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