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고사장 이모저모… 후배는 구호로, 부모는 情으로, 수능대박 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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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160건 적발… 장애학생, 무선수신기 반입 시도

“어디 한번 붙어보자, 수능아!”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일 예년과 같은 ‘수능 한파’가 없는 따뜻한 날씨 속에 차분하게 치러졌다. ‘물수능’이라고 불릴 만큼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뜨거운 분위기는 덜했지만 수능 시험장 앞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간절한 기도와 응원 열기로 달아올랐다. 장애인 수험생 1명은 부정행위를 시도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 열띤 구호와 긴장감

이날 오전 7시 반경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 시험장 앞은 장충고 학생 40여 명의 응원 열기로 가득했다. 이들은 ‘우윳빛깔 ○○○, 수능대박 ○○○’ ‘대학 Free Pass’ 등의 현수막을 들고 선배들의 이름을 부르며 “수능 대박 나세요”를 연호했다.

시험장에 나온 어머니들은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간 뒤에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한 40대 어머니는 “수능 감독을 스무 번도 넘게 했는데 막상 내 자식이 시험을 본다니 이렇게 떨릴 수가 없다”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 긴급 수송 작전도


올해도 입실 종료시간(오전 8시 10분)에 임박해 급히 시험장에 뛰어 들어가는 수험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오전 8시 수험생을 태우고 중앙고로 온 퀵서비스 기사 김모 씨(45)는 “학생들이 갑자기 태워 달라고 사정해 오게 됐다”며 “늦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112와 119에 수없이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 중이었다”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교통체증 등의 수능 관련 정보를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누리꾼들은 “지하철 8호선에서 정차역마다 시험장을 알려주고 있으니 참고하세요”라는 식의 정보를 수험생들에게 전파했다.

○ 부정행위도 적발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수능 부정행위 적발 건수는 160건이다. 이 중 휴대전화, MP3플레이어 등 휴대금지 물품 소지가 90건이며 탐구영역 응시순서를 지키지 않는 등 응시방법 위반이 55건, 기타 부정행위가 15건이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종합상황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모 시험장에서 언어영역 시험을 치를 예정이던 장애인(뇌병변) 수험생 1명이 초소형 무선이어폰, 휴대용 전화기, 중계기 등을 지닌 채 시험장에 들어가려다 적발돼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수험생은 장애인에게는 일반인보다 1.5∼1.7배 시험시간이 더 주어지는 점을 이용해 외부에서 답안을 불러주면 받아 적는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트위터에선 수험생으로 자처하는 ‘spacei****’이라는 ID의 누리꾼이 수능 도중 실시간으로 시험장 분위기를 생중계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려 관련 당국을 긴장하게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히 5분마다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볼 때 컴퓨터에 트위터 메시지를 미리 저장해 놓은 뒤 정해진 시간에 자동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장난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7일 급성췌장염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박재흥 양(18·경기 신장고 3년)은 이날 병원 1인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박 양은 대화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지만 4교시까지 시험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광주하남교육지원청 소속 감독관 3명, 경찰관 1명이 박 양의 시험에 입회해 감독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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