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그린피스 “단순한 반대 아니라 설득하러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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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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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개소 후 국내언론 첫 인사

1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에서 그린피스 본부 소속 게빈 에드워즈 조직전략 고문, 얀 베르나에크 그린피스 본부 소속 핵에너지 캠페인 책임자, 라시드 강 조직개발매니저(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와 사무소 직원들이 운영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에서 그린피스 본부 소속 게빈 에드워즈 조직전략 고문, 얀 베르나에크 그린피스 본부 소속 핵에너지 캠페인 책임자, 라시드 강 조직개발매니저(왼쪽에서 두 번째부터)와 사무소 직원들이 운영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우리는 한국 정부의 일에 단순히 반대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한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진 이론과 노하우로 설득하겠습니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 Peace)’ 서울사무소를 이끄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라시드 강 조직개발매니저는 1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서울사무소가 문을 연 뒤 국내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다. 이날 인터뷰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본부에서 서울사무소에 지원을 나온 얀 베르나에크 핵에너지 캠페인 책임자와 게빈 에드워즈 조직전략 고문도 함께했다. 서울사무소는 1971년 그린피스가 설립된 지 40년 만에 차려졌다. 세계적으로 41번째고 동아시아에선 일본 중국 홍콩 대만에 이어 5번째다.

그린피스 한국지부는 한국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와 ‘해양 보호’ 활동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량으로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자 원양어업 강국이다. 강 매니저는 “탈핵과 해양보호는 1971년 핵실험을 막으려고 바다에 배를 띄운 때부터 품어온 그린피스 DNA와 같은 가치”라며 “쉽지 않은 과제지만 꼭 해내야 할 도전이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린피스 본부에서 파견된 베르나에크 씨는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지속가능하게 공급하는 데 원자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한국 정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원자력개발과 수출에 몰두하다간 국제적으로 뒤처지고 말 것이다”고 주장했다.

해양보호 캠페인은 ‘참치 남획 반대’ 문제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강 매니저는 “지속 가능한 어업이 유지되려면 원양어업 강국인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한국은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해양자원을 보호하려는 국제적 협력에 반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유명 브랜드 의류 제품의 독성 화학물질을 고발하는 ‘더러운 빨래’와 같은 해외 캠페인도 한국인들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그린피스 본부에서 일하는 환경보호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회도 열고 환경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뉴스와 출판물도 한국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강 매니저는 “서울사무소 설립을 계기로 국제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한국인의 목소리가 세계로 전달되고 국제 환경 이슈가 한국에 알려져 글로벌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탈핵, 해양보호 같은 거대한 도전 앞에 한국 시민들이 용기를 가지고 함께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계에선 그린피스의 한국 상륙에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린피스’가 과격한 행동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그린피어(Green Fear)’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들은 서울사무소 개소에 앞서 첫 활동으로 올 6월 ‘레인보 워리어’호를 타고 한국 원전 지역을 돌며 핵 반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강 매니저는 “그린피스의 핵심적 가치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활동”이라며 “단순한 반대가 아닌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적인 운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가 서울에 둥지를 틀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강 매니저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 그린피스 지지자들이 본부와 40개 지역 사무소에 한국에 사무소를 열어달라고 메일을 보내왔다”며 “해외에 머물고 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그린피스 서포터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세워지기 전에도 이미 국내에선 ‘그린피스코리아’ ‘그린피스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그린피스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기도 했다. 강 매니저는 “이들은 그린피스와 공식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모임이지만 장기적으로 그린피스 서포터로 흡수할 생각이다”라며 “한국인들의 열망이 서울사무소를 개설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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