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무늬만 모범음식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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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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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용 화장실… 위생 엉망…
대전시 “836곳 적합성 재심사”

충남도가 2009년 지정한 ‘외국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음식점’의 화장실. 남녀 변기가 함께 비치돼 있으며 수건 및 세제는 찾아볼 수 없다. 세탁기(왼쪽)까지 놓여 있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남도가 2009년 지정한 ‘외국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음식점’의 화장실. 남녀 변기가 함께 비치돼 있으며 수건 및 세제는 찾아볼 수 없다. 세탁기(왼쪽)까지 놓여 있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일 오후 충남 공주시의 한 음식점. 백제문화제(1∼9일)를 관람하기 위해 일본에서 온 한 여성은 화장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여자화장실에서 남자가 볼일을 보고 나오는 것을 목격한 것. 주인을 불러 항의하니 이 음식점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라고 대답했다. 한 공간에 남성용 소변기와 여성용 변기가 하나씩 배치돼 있으나 남자 1명이 소변기를 사용하자 다른 남자 손님이 여자화장실을 쓰게 된 것.

이 음식점은 충남도가 ‘2010 세계대백제전’을 앞두고 공주 부여 논산 등에 ‘외국인 이용 음식점’으로 지정한 20곳 가운데 하나다. 식당 입구에는 이를 자랑하는 인증서도 걸려 있었으나 화장실에는 세제나 수건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부여군에 있는 외국인 이용 음식점에는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은 물론이고 영어 일본어 등이 표기된 차림표조차 없었다.

대전시와 충남도가 모범음식점이나 테마별 음식점으로 지정한 업소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이들 업소는 상하수도료 감면, 쓰레기봉투 구입비 지원, 영업시설개선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에 부응하는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음식점. 물잔에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종업원의 앞치마도 지저분하다. 화장실은 남녀 공용. 위생관리 및 서비스 질이 최하위 수준이지만 이 곳도 역시 대전시가 선정한 모범음식점이다. 이곳을 찾은 손님 박모 씨(51·여·유성구 전민동)는 “모범음식점 간판을 보고 들어왔는데 식탁에 고춧가루 등이 그대로 묻어 있어 주문을 하지 않고 나오다가 종업원에게 핀잔만 들었다”고 말했다. 한우고기만을 취급한다는 유성구의 한 모범음식점은 수입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대전시는 관내 836개 모범음식점에 대해 지정의 적합성 여부를 재심사하고 이를 등급화하기로 했다. 기준 미달 업소는 모범음식점 지정을 취소하고 우수업소는 재지정해 각종 혜택을 줄 예정이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업주들의 음식문화 개선 실천 의지가 중요하지만 당국의 사후관리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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