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당 10만원 줄테니…” 파워북로거에도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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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잡지 ‘라이브러리&리브로’ 7월호가 파워북로거 5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북로거 활동 중 출판사에서 대가성 서평 청탁을 받은 적 있는가’라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48명(무응답 2명) 가운데 12명이 ‘있다’고 답했다.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라는 질문에 7명은 ‘거절한다’ 또는 ‘무시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가를 받고 원하는 대로 서평을 쓴다’고 한 응답자도 4명이나 됐다. 응답자의 13%(10명)는 ‘출판사에서 기증받아 책을 읽는다’고 해 출판사로부터 공짜 책을 받는 파워북로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한 파워북로거 중 한 사람도 “원고료 10만 원을 줄 테니 원하는 방식으로 서평을 써 달라고 요청하는 출판사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파워북로거도 “원고료를 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가장 빈번한 사례는 책을 공짜로 보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워북로거의 경우 거래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대표적인 문화상품인 책의 서평마저 뒷거래가 이뤄진다는 사실에 독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직장인 최민정 씨(34)는 “책을 구입할 때 블로그의 서평을 많이 참고했는데 원고료를 받아서 쓴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 출판사 대표는 “파워북로거가 서평을 쓰면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면 확실히 책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간이 나오면 공짜로 책을 보내주고 출판기념회 등이 있을 때 초대하는 등 주요 파워북로거를 ‘관리’하는 출판사도 적지 않다. 출판사 직원이 파워북로거로 활동하면서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자사에서 나온 신간에 대한 서평을 쓰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파워북로거가 먼저 ‘서평을 쓸 테니 원고료나 책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출판사 측의 주장이다. 이 경우 원고료는 몰라도 책은 웬만하면 보내준다고 한다. 이미현 민음사 홍보부장은 “주요 포털의 파워북로거라며 책을 요청해 보내줬는데 블로그에 서평은 없고 책 사진만 찍어 올려 이후로는 안 보낸다”고 말했다.

은행나무출판사 주연선 대표는 “파워북로거 중 서평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책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신간을 언론사에 배포하는 여산통신의 민창기 차장은 “최근 기증자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한 파워북로거도 적지 않다. 출판사에서 기증받아 서평을 쓰자니 글쓰기가 무뎌진다는 게 이유”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주효선 인턴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3학년
김민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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