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맹탕수박’? 농가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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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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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당도 떨어져 큰 피해… 장마 빨라지는 올해도 걱정
봄 저온… 다른 과일값도 껑충

“수박이 잘 자라기 위해선 토양의 물 빠짐이 중요해요. 하우스 안에서 기른다 해도 비가 내리면 땅이 물을 머금기 때문에 수박에서도 비린 맛이 나죠.”

14일 충남 논산에 있는 한 수박 농가의 하우스 옆 도랑을 살펴보던 이마트 청과담당 이호정 과장은 “예년보다 장마가 빨리 찾아와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전국 수박 농가는 이상저온과 3월에 내린 뒤늦은 폭설 등으로 유례없는 냉해를 겪었다. 일부 농가는 수박 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장마 이후에도 폭우가 쏟아져 그나마 열린 수박들이 크기가 작고 맛이 없었다. 농가들은 예년보다 빨라진 장마와 무더위로 올해도 당도가 떨어지는 ‘맹탕 수박’이 속출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 “열대야 지속 때도 당도 떨어져”


14일 찾은 충남 논산 일대 수박 농가. 하우스 안에는 튼실히 영근 수박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박 출하를 앞두고 전해진 장마 소식에 산지에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당도가 떨어져 상품성도 하락하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장마는 1975년 이후 기상청이 관측한 이래 가장 이른 장마다.

무더위도 복병이다. 밤에도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지속되면 당도가 떨어진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시원해 수박이 적당한 온도차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제대로 영글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우리나라가 비가 많이 내리고 무더위가 길어지는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갈수록 과일 농사를 짓기 힘들어진다며 한숨을 내쉰다.

산지뿐 아니라 올해는 전국 농가들이 너도나도 지난해 가격이 폭등했던 배추를 심느라 수박을 심은 농가마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이다. 맛좋은 수박 수량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대형 유통업체 이마트는 올해부터 당도 검사를 3단계로 세분해 실시하기로 했다.

○ “과일 맛 이상” 소비자 민원 늘어

실제로 과일 수요가 높아지는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유통업체에는 “과일 맛이 이상하다”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값은 지난해보다 20∼60%나 뛰었다. 지난겨울 동해(凍害·추위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올봄 냉해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과수업계에 따르면 수박 멜론 복숭아 등 최근 유통되는 과일은 전반적으로 예년보다 당도가 1∼2브릭스(Brix·과일 당도를 재는 단위) 낮다. 가장 큰 이유는 온도와 일조량. 과수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봄 저온 현상으로 개화기가 평년 대비 열흘 정도 늦어졌는데, 시장 수요에 맞추려다 보니 덜 여문 과일이 많이 나오면서 맛과 품질이 예년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요즘 유통되는 과일의 대부분은 하우스 과일로 상당수의 하우스 농가가 올 초 저온 시기에 충분한 난방을 하지 못했다. 기름값이 워낙 비쌌기 때문이다. 일부 하우스 농가는 비닐을 덧대 열 손실을 줄이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햇빛 투과량이 줄어 작황 피해를 보았다.

논산=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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