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 내년 전면시행]‘매주 놀토’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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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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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자기주도 학습능력 향상”… 학부모 “사교육 부담만 늘어날것”

李교과, 토요 스포츠데이 강사와 함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주5일 수업 전면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토요 스포츠데이 수업을 담당할 강사들과 학부모들(뒷줄)도 참석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李교과, 토요 스포츠데이 강사와 함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주5일 수업 전면 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토요 스포츠데이 수업을 담당할 강사들과 학부모들(뒷줄)도 참석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워킹맘 김모 씨(35). 아이 돌보는 문제로 직장을 그만둘 계획까지 세웠다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참자’며 고비를 넘겨왔다. 그런데 토요일 수업이 아예 없어진다고 하니 걱정이다. 그는 “토요일마다 아이 맡길 곳을 찾는다는 게 참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교사 정모 씨(30·여)는 “일반 직장인들은 주5일 근무를 하는데 교사들은 토요일에도 업무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주말을 자기계발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반가워했다.

내년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다는 소식에 학부모와 교사 학생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 반면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학부모들의 표정은 어둡다. 주말마다 자녀 교육을 도맡아야 하는 부담이 크고, 늘어날 사교육비도 걱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 발표에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면 시행을 찬성하는 비율이 학생과 교사는 각각 79.9%, 96.3%였지만 학부모는 66.9%에 그쳤다.

○ 학부모, 교육 사각지대 걱정


학부모 단체들은 주5일 수업제에 대해 ‘토요일 자녀교육의 부담을 가정에 떠넘기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 자녀들이 주말마다 학교 밖에서 학습 기회를 잃게 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중산층 이하 가정이 문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자녀를 학원에 맡기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자녀를 돌볼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가정형편과 교육여건에 따라 주말 교육의 질적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자녀에게 양질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어렵고,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에선 학교를 제외하고는 교육시설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토요 돌봄교실을 확대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모든 초등학교와 특수학교까지 토요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소관의 청소년 대상 센터 등을 활용하면 2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4대 교육비를 지원받는 초등학교 1, 2학년은 11만2000명이다. 단,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저학년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토요일 교육에는 한계가 있다.

○ 사교육 시장도 들썩


사교육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특히 입시 준비가 시작되는 중고교생의 경우 주말반 학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는 토요일에 교과 심화 보충 학습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토요 방과후 학교 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리는 수요를 잡겠다고 밝혔다. 또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토요 스포츠데이’를 운영하고, 자치단체와 협의체를 꾸려 토요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교육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찾던 학원업계는 이번 조치를 매출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다. 최근 학원가는 오후 10시 이후 교습을 제한하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적용이 엄격해짐에 따라 큰 타격을 받았다.

학원들은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시행하면 주말반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서울의 유명 학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말반은 집중도 높게 서너 시간씩 강의할 수 있으니까 학생들이 몰릴 것 같다. 서울 근교에서 오는 학생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말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체험활동을 시켜 주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고교와 대학 입시의 자기주도학습전형, 입학사정관전형 등에 대비하는 각종 체험활동 사교육이 주말에 성행할 수도 있다.

자녀와 보내는 여가시간을 늘리겠다는 학부모도 많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박길영 씨(40)는 “부부가 토요일에 출근을 하지 않아 여행 계획을 세우려 해도 아이들이 격주로 등교하는 탓에 일정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론 주말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교과부 신중론에서 급선회


주5일 수업제 논의는 2004년 본격화됐다.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주 40시간 근무제가 실시되면서부터 교육계에서도 주5일 수업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산업계에서 주5일 근무가 확산되면서 일선 학교에서도 시범 운영을 거쳐 2005년부터 월 1회, 2006년부터는 월 2회로 확대 시행했다. 하지만 전면 시행하는 문제를 놓고는 논의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산업계의 요구로 수업일수를 단축하기에는 교육적 부작용이 커보였기 때문이다. 나 홀로 학생의 보육 문제, 지역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균형, 학력 저하, 사교육비 증가 등이 그것들이다.

교과부도 이런 이유를 들어 주5일 수업을 전면 확대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올 초 한나라당과 한국교총이 전면 도입을 적극 검토하자고 합의하는 등 정치권과 교사단체의 압박이 거세지자 방침을 급선회했다. 이와 관련해 5월 24일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국회에 교육 관련 법률안 입법화를 촉구하며 내년 총선에서 교원들이 낙선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14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시기상조’라던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전면 실시하려면 토요 방과후 학교, 돌봄교실 등이 모든 학교에 확대돼야 한다. 최근에 그런 여건들이 좋아졌다고 판단됐다”며 “지역별, 학교별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내년에도 준비가 부족한 학교는 자율적으로 시행을 연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측은 교육 패러다임이 입시 위주 교육에서 창의 인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주5일 수업 확대가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높일 것으로 본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도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교육적 사회적 경험을 가정에 돌려준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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