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남성’ 되찾은 서울동물원 오랑우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3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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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고환보정 세계 최초 성공"

"이제 진정한 '수컷'이 된 거죠…."

수의사인 김보숙 서울동물원 동물병원 방리방역팀장은 3일 "오랑우탄 '백석'이가 이제야 자신의 성(性)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백석이는 만 두 살인 오랑우탄으로 한 달 전 수의사가 아닌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고환 보정수술을 받았다. 한 달 동안 회복기를 거쳐 이날 처음 공개됐다. 동물원 동물 중 고환 보정수술을 받은 것은 백석이가 처음이다.

백석이는 2009년 5월 27일 태어났다. 서울동물원 개원 100주년에 태어나 '백(100)석'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다들 "복덩이가 태어났다"며 좋아했지만 백석이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엄마 '오순'이(1968년생 추정)가 40세가 넘어 낳아서 그런지 몸무게가 1㎏(새끼 오랑우탄 평균 몸무게는 2~3㎏) 밖에 되지 않았다. 세상에 눈을 뜨자마자 백석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룬 백석이에게 더 큰 문제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7월.

2세를 못 낳고 지난해 죽은 고릴라 '고리롱'을 보기 위해 동물원에 들른 비뇨기과 전문의 박정원 씨가 백석이의 고환을 만지던 중 왼쪽 고환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복강경 검사 결과 왼쪽 고환은 배 안에 있었다. 크기도 작았다. 김 팀장은 "시간이 지나면 고환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 기다려봤으나 변화가 없었다"며 "그대로 두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결국 수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술은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권의 한 비뇨기과에서 이루어졌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배 속 고환을 확인한 뒤 원래 고환 위치로 내려 놓았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번식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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