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해여고 2학년 2반 학생들은 스승의 날(15일)을 앞둔 13일 담임선생님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이른바 ‘담임선생님 기(氣)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담임선생님의 기를 왜 살려드리기로 했냐고? 올해로 교직생활 3년차인 담임선생님이 2학년 교무실에서 ‘막내’라는 이야기를 얼마 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우선 노란색, 분홍색 팥단자와 경단, 호박떡이 들어있는 3300원짜리 떡 세트 10개를 주문했다. 따끈한 떡이 도착하자마자 이 반 학생들은 같은 학년에 속한 10개 반 담임선생님들 모두에게 떡을 한 세트씩 나눠드렸다. 이런 깜찍한 내용을 담은 카드와 함께 말이다.
‘(사회문화 과목 담당인) 1반 선생님, 저희 반이 이번에 사회문화시험에서 꼭 1등할 테니 우리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8반 선생님, (교무실에서) 우리 선생님 옆자리에 계시니깐 잘 챙겨주세요∼.’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서은미 양은 “반 친구들이 수업시간에 졸거나 떠들어서 교무실로 불려 가면 우리를 대신해 ‘다음엔 안 그러도록 잘 지도하겠다’고 다른 ‘선배’ 선생님들에게 말씀드리는 담임선생님께 너무나 죄송했다”면서 “이번에 선생님의 기를 팍팍 살려드리고자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라며 웃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신세대들의 방식이 눈에 띈다. 케이크와 함께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는 규격화(?)된 세리모니를 넘어 선생님에게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때론 치밀하고도 아름다운 계획을 세운다.
경북 상주여고 1학년 4반 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맞아 ‘반전(反轉) 이벤트’를 기획했다. 장소는 교무실 앞 복도. 자율학습을 하던 이예진, 정진아 양(16)은 복도로 나와 말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고성이 오갔다. 지켜보던 학생들이 교무실에 있는 담임선생님에게 알렸다. 심각한 표정으로 뛰쳐나온 선생님은 두 학생을 떼어 놓으며 “학교에서 이러면 되겠느냐”고 타일렀다. 바로 이때, 이 양이 돌연 고개를 떨어뜨리며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당황한 선생님은 이 양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자 반 학생 30명이 부르는 ‘스승의 은혜’ 노래가 교실 가득 울려 퍼졌다.
“가짜 말다툼을 연기하던 도중에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해드리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눈치 채지 못하셨죠. 선생님께서 이내 감사의 메시지를 깨알 같이 적은 포스트잇으로 가득 메워진 교실칠판과 케이크를 보시곤 미소를 지으셨죠.”(이 양)
한편 강원 평창고 2학년 조혜진 양(17)은 지난해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과 힘을 모아 1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특별한 선물을 드렸다. 선물은 바로 ‘추억앨범’이었다. ‘2010년 3월 2일 첫 만남 그 후 1년, 아직 못 다한 이야기’란 제목의 이 앨범엔 학생 28명이 ‘곧 미남 연수 쌤, 스승의 은혜 감사해요. 올해엔 국수 콜(올해는 장가가실 거죠)? 사랑해요’라는 글귀를 한 글자씩 적은 플랜카드를 들고 찍은 사진과 더불어 지난해 체육대회와 소풍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선생님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적은 메모가 실렸다.
“선생님은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저희가 만든 글귀를 또박또박 읽으셨어요. 교무실에 가시자마자 옆자리 선생님에게 앨범을 보여주며 ‘우리 애들 정말 예쁘지 않냐’고 자랑하셨다고 해요.”(조 양)
경기 포천고 1학년 강미령 양(16)은 스승의 날을 앞두고 편지 한 통을 중학교 시절 미술선생님에게 보냈다. 수제(手製) 편지지에 관심이 많아 정식으로 미술을 배워 기초를 닦고 싶었지만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았던 강 양. 상실감에 빠져있던 그에게 미술선생님은 “너의 가능성을 믿기에 돕고 싶다”면서 구도 잡는 법, 디자인 표현기법을 가르쳐 주었다. 강 양은 이제 수제 편지지를 소개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편지지를 직접 만들고 그 위에 카네이션을 그리는데 6시간이 걸렸어요. 편지지에는 ‘제가 수제 편지지 가게를 차리면 제일 먼저 선생님을 초대할 게요’라고 적어 보내드렸어요. 편지를 받은 선생님은 ‘미령이가 중학교 때 선물해주었던 수제편지지보다 디자인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네. 고마워’라는 답장을 보내주셨어요.”(강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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