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김유정의 동백꽃’ 속으로 떠나요

  • 동아일보

김유정역 ‘실레이야기길’ 수도권 관광객 북적

강원 춘천시 증리의 실레이야기길은 김유정의 소설 속 이야기를 다룬 16개의 구간으로 이뤄졌다.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걷다보면 김유정의 문학세계에 빠져든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춘천시 증리의 실레이야기길은 김유정의 소설 속 이야기를 다룬 16개의 구간으로 이뤄졌다.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걷다보면 김유정의 문학세계에 빠져든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이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김유정(1908∼1939)의 소설 ‘동백꽃’의 한 대목이다. 이 소설의 무대는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과 금병산. 그의 소설 가운데 ‘동백꽃’ ‘소낙비’ ‘노다지’ ‘금 따는 콩밭’ 등 12편이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마을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실레(시루의 강원도 사투리)마을에는 지금도 점순이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의 실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소설 속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레이야기길’이 있다.

실레이야기길은 실레마을과 금병산 자락을 잇는 총 8km로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지루하지도 않다. 이도 힘이 든다면 중간에 질러가는 코스로 거리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조금 더 오르고 싶다면 실레이야기길 중간에 금병산 정상(652m)에 오르는 등산로가 있으니 이 길을 이용할 만하다.

실레이야기길은 김유정문학촌이나 금병초교 옆에서 시작된다. 원형으로 이어져 있어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김유정의 작품 속 내용을 본떠 이름붙인 16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구간마다 나무 표지판에 길 이름과 소설 속 내용이 간략히 소개돼 있다. ‘두포전’에 나오는 금병산 아기장수전설길을 비롯해 ‘산골나그네’의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 ‘가을’의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이 있다. 또 춘호 처가 맨발로 더덕 캐던 비탈길(‘소낙비’)이 있고 근식이가 자기집 솥 훔치던 한숨길(‘솥’), 도련님이 이쁜이와 만나던 수작골길(‘산골’)도 있다.

길 곳곳에서 김유정의 발자취도 느낄 수 있다. 김유정문학촌에는 기념전시관과 생가가 있고, 그가 코다리를 먹던 주막길도 나타난다. 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의 책과 편지, 그를 다룬 연구 저서와 논문, 작품이 발표된 잡지, 김유정문학촌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김유정문학촌에서는 22∼24일 김유정문학제가 열리고 이어 5월 청소년 문학축제 ‘봄·봄’, 7월 김유정문학캠프, 10월 김유정 소설로 만나는 1930년대 삶의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잇따른다.

실레이야기길은 지난해 12월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된 이후 수도권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사람 이름이 붙은 김유정역에서 내려 5분가량 걸어가면 실레이야기길에 접어든다. 100여 대의 주차 공간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길을 완주한 뒤 춘천의 대표 먹을거리인 닭갈비와 막국수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실레마을에도 음식점들이 있고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소문난 업소들을 만날 수 있다. 10일 이 길을 찾은 김정수 씨(45·서울 노원구)는 “코스가 완만한 데다 김유정의 문학적 체취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며 “시내에 들러 닭갈비를 먹고 가면 하루 코스로 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레이야기길은 지난달 강원도가 도내 18개 시군마다 한 곳씩 선정한 18개 명품 길에 춘천시 대표 길로 이름을 올렸다. (사)김유정기념사업회 홈페이지(www.kimyoujeong.org)에서 김유정문학촌과 실레이야기길의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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